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망 사고 항소심 판결

발전소 내 컨베이어 벨트 점검 작업 중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으로, 원청인 A 주식회사와 수급인인 J 주식회사의 여러 관계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였고, 2심 재판부는 사고 경위에 대한 판단, 원청 및 수급인 관계자들의 안전조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그리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일부 피고인들의 죄책을 인정하고 일부는 무죄를 선고하며 형량을 조정했습니다. 특히, 컨베이어 벨트 물림점에 대한 방호조치 미비 및 2인 1조 작업 미실시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원청): 충남 Q에 본점을 둔 발전 전기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S본부에서 상시 근로자 1,200명을 사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입니다.
• J 주식회사 (수급인): 서울 영등포구에 본점을 둔 전기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A 주식회사와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하고 BE사업소에서 상시 근로자 150명을 사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입니다.
• 피해자 U: J 주식회사 BE사업소 소속 운전원으로, 컨베이어 벨트 점검 작업 중 사망했습니다.
• A 주식회사 관계자들:
• • B (A 대표이사): 항소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검사의 항소 기각)
• • D (A S본부장): 항소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 O (A 석탄설비부 계전과 차장): 항소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 E (A 기술지원처장), F (A 연소기술부장), G (A 연소기술부 차장), H (A 석탄설비부장), I (A 석탄설비부 차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각 금고형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E, K는 금고 1년, F, M, P는 금고 10개월, G, H, I는 금고 6개월)
• J 주식회사 관계자들:
• • K (J 대표이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인정되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으나,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 L (J BE사업소장): 업무상과실치사 및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으며, 작업중지 등 안전조치 미이행 및 작업중지명령 위반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 M (J BE사업소 운영실장), P (J BE사업소 안전관리차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각 금고형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M, P는 금고 10개월)
• • N (J BE사업소 연료운영팀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2018년 12월 10일 밤, A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S본부 발전소의 CU호기 컨베이어 벨트 '턴오버 구간'에서 발생했습니다. J 주식회사 소속 운전원인 피해자 U(24세)는 ABC 컨베이어 벨트의 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중, 벨트와 아이들러 사이의 '물림점'에 신체가 끼여 목 부위가 절단되어 사망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이 컨베이어 벨트는 고속으로 이동 중이었고, 점검구를 둘러싼 철제 외함의 덮개는 2017년 2월경부터 제거된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물림점이 노출되어 있었고, 점검구 크기가 작고 주변 조명이 어두웠으며 분진과 소음이 심해 육안 점검이 어려웠습니다. 현장 운전원들은 점검구 내부에 몸이나 팔, 머리 등을 넣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또한, J 주식회사의 내부 지침에는 소음 및 분진 지역 출입 시 2인 1조 점검을 명시하고 있었으나, 피해자는 단독으로 작업 중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동료 운전원들은 설비 점검 시 몸을 점검구 안으로 집어넣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고 진술했으며, 피해자 또한 입사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입 운전원으로서 회사에서 교육받은 방식대로 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이러한 안전 관리 미비와 작업 환경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중대 재해입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고 경위: 피해자가 아이들러 등 설비 점검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탄 처리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인지, 그리고 피해자의 작업 방식이 통상적인 업무 방식에서 벗어난 일탈 행위였는지 여부.
2. 원청 및 수급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컨베이어 벨트 물림점에 대한 방호설비 미비, 2인 1조 근무 배치 미실시, 컨베이어 벨트 가동 중 작업 지시 및 방치 등 구체적인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
3.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의범 여부), 그리고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등 안전조치 미이행 및 작업중지명령 위반 혐의가 있었는지 여부.
4. 실질적 고용관계 인정 여부: 원청인 A 주식회사와 수급인인 J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위한 실질적 고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5.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예견가능성 및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피고인 L: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E, K: 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F, M, P: 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G, H, I: 각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J 주식회사: 벌금 1,200만 원.
• 피고인 N: 벌금 700만 원 (미납 시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 유치).
• 피고인 A 주식회사, D, O: 각 무죄.
• 피고인 J 주식회사, L에 대한 공소사실 중 작업중지 등 안전조치 미이행 및 작업중지명령 위반으로 인한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무죄.
• 피고인 J 주식회사, L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컨베이어 가동 중 작업 지시/방치 관련)​: 무죄 (K에 대해서도 동일).
•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 기각 (무죄 유지).

결론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컨베이어 벨트 점검구 내부에서 아이들러 등 설비를 점검하다가 신체 또는 의복이 벨트와 아이들러의 물림점에 끼어 사망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탄 처리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각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 A 주식회사 경영진 (B 대표이사, D S본부장, O 석탄설비부 계전과 차장)​: 이들에게는 해당 사고와 관련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의 주의의무는 일반적, 추상적이라는 판단입니다.
• A 주식회사 실무 관리자들 (E, F, G, H, I)​: 원청으로서 수급인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호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 컨베이어 물림점 방호조치 미비와 2인 1조 근무 배치 미실시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컨베이어 가동 중 점검 작업을 지시·방치한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 J 주식회사 (수급인) 경영진 및 관리자들 (K 대표이사, L 사업소장, M 운영실장, N 팀장, P 안전관리차장)​: 이들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L 사업소장은 물림점 방호조치 미비 및 2인 1조 근무 배치 미실시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근로자 사망) 혐의도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K 대표이사는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는데, 이는 현장 운전원들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과 위험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직후 CZ 벨트의 가동과 관련한 작업중지 명령 위반 혐의는 L 사업소장과 J 주식회사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L이 작업중지 명령 사실을 알았다거나, CZ 벨트의 가동을 지시 또는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청의 중간 관리자급과 수급인의 현장 관리자급에게 안전 관리 소홀의 책임이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었고, 원청의 최고 경영진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대규모 조직에서 안전 관리 책임이 직무 범위와 구체적인 관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업무상과실치사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업무상 과실'은 업무와 관련하여 마땅히 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도급인(원청)에게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원칙적으로 없지만, 법령에 의해 구체적 관리·감독 의무가 부여되거나 도급인이 개별 작업에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청 A의 실무 관리자들에게 이러한 주의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1항, 제89조 제1항)​:

   • 방호 조치 의무: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 회전축, 벨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합니다 (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1항). 법원은 컨베이어 벨트 외함의 점검구 덮개가 제거되어 물림점이 노출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방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풀코드 스위치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작업자가 혼자서 작동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면 방호 조치 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 2인 1조 작업 배치 의무: 사업주는 기계 운전을 시작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근로자 배치, 작업 방법, 방호 장치 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안전보건규칙 제89조 제1항). 법원은 컨베이어 벨트 점검 작업 시 협착 위험이 높고 단독 작업 시 비상 대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2인 1조 근무 배치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를 지시·방치한 것은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 기계 가동 중지 의무: 사업주는 정비, 청소, 급유, 검사, 수리 등 유사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합니다 (안전보건규칙 제92조 제1항). 그러나 법원은 아이들러 등 설비 점검은 기계가 운전 중인 상태에서만 목적 달성이 가능한 작업이므로, 이 경우에는 가동 중지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3. 양벌규정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합니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J 주식회사는 소속 임직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 양벌규정이 적용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4. 고의범 원칙: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근로자 사망), 제67조 제1호 (안전조치 미이행), 제26조 제1항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 미이행), 제51조 제7항 (작업중지명령 위반) 등 특정 조항 위반죄는 별도로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행위자가 해당 사실을 '알면서도' 위반 행위를 한 '고의범'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J 주식회사 K 대표이사나 A 주식회사 D 본부장의 경우, 현장 작업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산업 현장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참고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위험 설비에 대한 철저한 방호 조치: 컨베이어 벨트의 물림점과 같은 협착 위험이 있는 부위에는 반드시 덮개, 울 등 실효성 있는 방호 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일시적인 불편함이나 기존 작업 방식에 따라 덮개를 제거하거나 미설치하는 것은 중대 재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2인 1조 작업 원칙 준수: 협착 위험이 높거나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반드시 2인 1조 이상의 다인원 작업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한 명의 작업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다른 작업자가 비상정지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등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 작업 현장 환경 개선: 어두운 조명, 심한 소음 및 분진 등은 작업자의 시야를 가리고 인지 능력을 저하시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충분한 조명 확보, 소음 및 분진 저감 대책 마련 등 작업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4. 하청 관계에서의 안전 책임 강화: 도급인은 단순히 용역을 맡기는 것을 넘어 수급인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특히 사내 하도급처럼 도급인이 작업 장소와 설비를 지배하는 경우, 안전 관리 의무가 더욱 강조됩니다. 용역 계약 시 안전 관리 책임과 비용 부담을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안전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5. 작업 절차 및 매뉴얼의 현실성 확보: 작업 지침서나 매뉴얼은 현장의 실제 작업 방식과 위험 요소를 정확히 반영하여 작성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지침서보다는 현장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며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6. 안전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과거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를 교훈 삼아 모든 사업소에 걸쳐 적극적인 위험성 평가와 실효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단순히 안전 교육 지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7. 경영진의 구체적인 안전 관리 책임: 최고 경영진은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과 자원 제공의 역할을 넘어, 중대한 위험이 내재된 핵심 작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작업 방식과 위험성을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를 지시, 감독해야 합니다. 일반적, 추상적인 지시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