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 노동
피고인 A는 근무하던 회사에서 홀대받는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고 고가의 메모리칩, 웨이퍼, 회사 서류 등 총 5억 4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수차례에 걸쳐 절취하였습니다. 피고인 B는 전자부품 거래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A로부터 절취된 메모리칩과 웨이퍼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수하면서 매도인의 신원이나 물품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업무상 과실로 장물을 취득하였습니다. 법원은 A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B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06년부터 '㈜D'에서 근무했으나 회사로부터 홀대받는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고 회사에 피해를 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2021년 10월 9일, A는 '㈜D' 창고에서 시가 1억 9천 3백여만원 상당의 메모리칩 209,795개가 들어있는 종이 상자 5개를 자신의 차량에 싣고 절취했습니다. 2021년 10월 11일, A는 같은 회사 창고에서 시가 약 3억 5천만원 상당의 웨이퍼 14,000장을 절취했습니다. 같은 날, A는 회사 사무실에서 다이어리, 전표, 구리샘플, 부품 등 시가 미상의 서류와 물품들을 절취했습니다. 피고인 B는 2021년 10월 11일, 도로변에서 A로부터 절취된 메모리칩 209,795개를 시가보다 낮은 9천만원에 현금으로 매수했습니다. B는 매도인의 인적사항이나 물품 취득 경위 등을 확인하지 않았고 거래명세서도 작성하지 않아 장물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4일, B는 A로부터 절취된 웨이퍼 14,000장을 역시 시가 약 3억 5천만원 상당임에도 2억 5천만원에 현금으로 매수했습니다. 웨이퍼는 개인이 다량 소지하기 드문 물품임에도 B는 A의 인적사항이나 취득 경위 등을 확인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장물을 취득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 A의 회사 물품(메모리칩, 웨이퍼, 서류 등) 절도 행위의 인정 여부, 피고인 B의 A로부터 절취된 물품(메모리칩, 웨이퍼)을 업무상 과실로 취득한 사실의 인정 여부 및 그 주의의무 위반 여부.
피고인 A는 징역 2년에 처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는 금고 10개월에 처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 회사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 A는 동종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비록 중대한 절도 및 장물취득 범죄이나 피고인들의 반성, 피해 회복 노력, 그리고 초범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입니다.
본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29조 (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A는 회사 소유의 고가 메모리칩, 웨이퍼 및 서류 등을 몰래 가져갔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어 절도죄로 처벌받았습니다. 형법 제362조 제1항 (장물취득): 장물(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긴 재물)을 취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364조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 장물):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장물죄(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보관하는 등)를 범한 때에는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고인 B는 전자부품 거래업자로서 전문적인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로부터 절취된 물품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로 장물을 취득하였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어 금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보아 하나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A와 B 모두 여러 차례의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이들이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최종적으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A와 B 모두 이 조항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일정 기간 동안 죄를 짓지 않으면 선고받은 형의 효력을 잃게 됩니다.
회사 자산을 절취하는 행위는 고액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직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는 더욱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불만이나 불이익으로 회사에 앙심을 품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본인의 삶에 큰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전자 부품과 같이 고가이거나 특수한 물품을 거래할 때는 판매자의 신원, 물품의 출처, 거래 가격의 적정성 등을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거나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거래되는 경우 장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업무상 장물을 취득하는 경우, 단순히 물건을 훔친 것은 아니더라도 전문가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과실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형사 재판에서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범행의 중대성에 따라 합의만으로 모든 형사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