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대전세무서장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약 2,441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공단은 이 부과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유지보수용역을 제공받고 매입세액 70%를 부당하게 공제받았다는 세무서의 처분 이유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부과된 세금 납부로 인해 공단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공단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대전세무서장은 2014년 6월 1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2009년 1기부터 2012년 2기까지 총 약 2,441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세무 당국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일반철도 유지보수용역을 제공받으면서, 유지보수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입금액으로 하여 부당하게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 간의 유지보수 위·수탁 계약,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간의 선로등 사용 계약, 그리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간의 시설자산 관리위탁 계약 등 복잡한 3자 계약 관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유지보수비의 70%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한국철도공사에 지급할 선로 사용료와 상계 처리하고, 나머지 30%는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공사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집행정지 요건인 '본안 소송에서의 승소 가능성'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보전의 필요성)'가 충족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주장하는 막대한 세금 납부로 인한 철도건설사업 지연, 신용도 하락, 조달금리 인상 등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1심 결정(집행정지 인용)을 취소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본안 소송에서 공단이 승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는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납세보증서 제출로 인한 가산금 발생 우려가 낮고, 보증기관인 A에 의한 세금 징수 후 공단과의 구상관계는 직접적인 강제집행으로 보기 어려우며, 공단이 정부출연기관으로서 국고지원 및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 발생의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부과된 약 2,441억 원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최종적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행정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보여줍니다. 납세보증서 제출 등 재정적 담보가 확보된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사업 중단이나 신용도 급락 등 명확하고 구체적인 손해 발생의 증거 없이는 행정처분의 집행정지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사건은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제도에 대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시키기 위한 요건으로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망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소극적 요건과 함께, '처분 등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우려'라는 적극적 요건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단순히 금전으로 배상할 수 있는 손해를 넘어, 사회통념상 그러한 금전 배상만으로는 전보되지 않는 현저한 손해를 의미하며, 이를 증명할 책임은 집행정지 신청인에게 있습니다. 법원은 납세담보(국세기본법 제33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16조 제2항 제3호, 국세징수법 제12조)가 제공되어 징수유예가 된 경우(국세징수법 제19조), 납세보증인이 대신 납부하고 그 후 신청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가산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정부출연기관의 특성상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예산을 조기에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산 확보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가 소명되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행정처분(예: 세금 부과)의 집행정지를 신청할 때는 단순히 부과된 세금의 액수가 막대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소명해야 합니다. 사업 운영에 치명적인 지장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등 금전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납세보증서 등을 통해 납세 담보를 제공하고 징수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법원이 세금 납부로 인한 손해 발생의 긴급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예산 확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이 고려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는 사전에 세무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여 세금계산서 발행 및 매입세액 공제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