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도로 포장 공사 현장에서 혼합골재를 운반하던 덤프트럭이 노견 붕괴로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사망자의 모친이 공사 시공사와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시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안전시설물 미설치 및 도로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망한 운전자의 상당한 과실을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총 3억 5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1억 원은 손해배상금에서 공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6월 29일 오전 11시 15분경, 충청북도에서 발주하고 B 주식회사가 시공하던 'D 비포장도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망인 F이 혼합골재를 운반하기 위해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지점은 산 절개지에 설치된 비포장 도로로, 도로 폭이 약 5~6m에 불과하고 오른쪽에 가파른 낭떠러지가 있었지만, 차량 추락 위험을 경고하는 안내문이나 안전 펜스, PE드럼, 라바콘 등 안전시설물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도로의 오른쪽 부분으로 운전하다가 노견 지반이 덤프트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차량과 함께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했고, 같은 날 오후 12시 41분경 뇌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모친인 원고 A는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시공사와 도로 관리의 책임을 가진 충청북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사 시공사인 B 주식회사가 현장소장의 안전시설물 미설치 과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도로 관리 주체인 충청북도가 공공영조물인 도로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사망한 운전자의 운전 미숙 및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즉 과실상계 비율을 어떻게 적용할지입니다. 넷째, 원고가 수령한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들이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 주식회사와 충청북도가 공동하여 원고에게 305,525,193원 및 이에 대하여 2018년 6월 29일부터 2023년 10월 18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피고들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와 피고들이 각각 50%씩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공사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했던 시공사와 도로 관리에 하자가 있었던 충청북도 모두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사고를 당한 운전자 본인에게도 도로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부주의하게 운전한 과실이 크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가입했던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은 인보험의 특성상 보험약관에 특별한 명시가 없는 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다른 사람을 사용하여 일하는 자는 그 피용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했을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H이 공사 현장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B 주식회사는 H의 사용자로서 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 도로, 하천, 그 밖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 사고 지점 도로는 폭이 좁고 낭떠러지가 있었음에도 안전시설물이 없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되어, 도로 관리 주체인 피고 충청북도의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상법 제729조 (보험자대위) 인보험(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보험)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없습니다. 상해보험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보험자대위가 허용될 수 있지만, 보험사의 약정 존재 및 적용 범위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차량의 보험사로부터 수령한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1억 원은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는 특별한 약정이 입증되지 않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지 않았습니다.
과실상계 손해배상 책임에서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 F은 덤프트럭 운전자로서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점, 도로 중앙으로 운전하지 않고 우측 낭떠러지 가까이 운전한 점, 운전경력이 짧았던 점 등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30%로 제한되었습니다.
유사한 사고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설 공사 현장, 특히 위험한 지형(좁은 도로, 낭떠러지 등)에서는 차량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 펜스, PE드럼, 라바콘 등의 안전시설물을 반드시 충분히 설치해야 합니다. 이는 공사 현장 관리자의 중요한 업무상 주의의무입니다. 둘째, 공공영조물인 도로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체(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일반 통행에 제공되는 도로는 이러한 관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셋째, 운전자 본인도 공사 현장과 같이 위험성이 있는 도로를 운전할 때는 전방 주시를 철저히 하고 도로 상황에 맞는 안전 운전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대형 중장비 차량은 무게와 크기로 인해 노견 붕괴 등 사고 위험이 더 크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넷째, 자기신체사고 보험금과 같은 인보험은 그 지급이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관련 약관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