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는 1976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상실한 재외동포입니다. 병무청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장관은 2002년 원고에 대한 입국 금지 결정을 내리고 내부 전산망에 정보를 입력했으나 원고에게는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13년 후인 2015년, 원고가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총영사관은 과거의 입국 금지 결정을 이유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심 법원은 과거 입국 금지 결정이 행정처분으로 유효하고, 이에 따른 사증 발급 거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무부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은 단순히 내부 전산망에 입력된 것에 불과하여 행정청의 의사가 외부에 공식적으로 표시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재외동포 사증 발급이 재량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입국 금지 결정에 묶여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사증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사증 발급 거부 처분 시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분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교부하지 않고 전화로 통보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원고는 2002년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병무청은 법무부장관에게 원고의 입국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장관은 내부적으로 입국 금지 결정을 하고 전산망에 입력했습니다. 그 후 13년이 지난 2015년, 원고는 한국에 입국하여 활동하기 위해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총영사관은 과거의 입국 금지 결정을 근거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무부장관의 내부적 입국 금지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가 다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그리고 사증 발급 거부 처분 시 행정절차법상 ‘처분서 작성 및 교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과거의 입국 금지 결정이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고, 사증 발급 거부 처분 과정에서 재량권 행사가 부족했으며, 행정절차법상 처분서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대법원은 행정청의 내부적인 결정만으로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미치는 '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행정청은 법령에 따라 부여된 재량권을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행사해야 하고, 특히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 시에는 처분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하여 당사자에게 교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판결은 재외동포의 입국 및 체류 문제에 있어서 행정기관의 재량권 행사와 절차적 적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행정처분의 성립 요건, 행정기관 내부 지시의 효력, 재량 행위의 한계, 그리고 행정절차법상 의무 준수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행정처분의 개념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은 행정청이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정청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처분으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무부장관이 원고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그 정보를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은 외부에 공식적으로 표시된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행정기관 내부 지시의 효력 상급 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 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 처리 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 또는 개별·구체적인 지시는 일반적으로 행정 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총영사관이 법무부장관의 입국 금지 지시를 따랐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이 적법해지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 입법 목적, 그리고 비례·평등 원칙 같은 법의 일반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적법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3. 재량 행위와 재량권 불행사 또는 일탈·남용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 발급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행위입니다.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권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잘못 인식하여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을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고 처분을 했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또한, 재량권 행사가 비례 원칙(행정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하고, 가능한 한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와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에 따른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반할 정도로 과도하여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과거 입국 금지 결정만을 이유로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사증 발급을 거부한 점, 그리고 13년 7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입국 금지 조치가 계속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4. 행정절차법상 처분서 작성·교부 의무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문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처분 내용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처분의 존재에 관한 다툼을 방지하여 처분 상대방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이 배제됩니다. 사증 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이 성질상 서면으로 처분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거나 곤란하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화로 처분 결과를 통보하고 처분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위법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외 시민권 취득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재외동포가 한국에 입국하여 활동하려 할 때에는 관련 법률(재외동포법, 출입국관리법)의 최신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병역 의무가 있는 남성의 경우 국적 이탈 시기에 따라 한국 입국 및 체류 자격 부여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행정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처분을 받을 경우, 처분 결과를 전화나 구두로만 통보받는 경우가 있더라도 반드시 서면으로 된 '처분서'를 요청하여 받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분서에는 처분 내용과 이유가 명확히 기재되어야 하며, 이는 나중에 법적 불복 절차를 진행할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행정기관의 결정에 대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는 해당 결정이 정당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그리고 재량권이 합리적으로 행사되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적인 지시나 전산 입력만으로는 공식적인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내려진 입국 금지 등의 행정 조치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적용되는 경우, 그 조치의 지속적인 타당성과 비례 원칙 위배 여부를 주장하여 재량권 행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외동포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어 입국 제한 연령이 변화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