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회사들의 가격 담합 및 과징금 부과 관련 시장 획정 사건

A벽지 주식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관련 시장 획정, 담합 행위 종료 시점, 과징금 감경의 형평성, 관련 매출액 산정 등 모든 쟁점에서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고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A벽지 주식회사 (원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벽지 제조업체입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피고, 피상고인): 벽지 회사들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행정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여러 벽지 회사들이 시판용 벽지 가격을 담합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A벽지 주식회사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크벽지와 합지벽지는 가격대와 용도가 달라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공정위가 두 벽지를 묶어 '단일 시장'으로 획정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원고는 2004년 11월경 담합 합의에서 탈퇴했으므로, 그 이후의 행위는 부당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3. 원고는 2순위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감경을 받았지만, 다른 4개 회사와 동일한 50% 감경을 받아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정위가 자진 시정에 따른 추가 감경을 해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4. 특정 기간의 시판용 일반실크벽지 및 스타일 벽지의 매출액은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관련 시장 획정의 적정성: 실크벽지와 합지벽지가 공정거래법상 하나의 관련 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2. 부당한 공동행위 종료 시점: 원고가 담합 합의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여 부당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3. 과징금 감경의 형평성 및 재량권 일탈·남용: 2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감경 비율이 다른 회사와 비교하여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공정위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4. 관련 매출액 산정의 적정성: 특정 기간의 시판용 일반실크벽지 및 스타일 벽지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을 위한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벽지 주식회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심 법원의 판단(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이 옳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관련 시장 획정, 담합 행위 종료 시점, 과징금 감경의 형평성, 관련 매출액 산정 등 원고 A벽지 주식회사가 제기한 모든 상고 이유에 대해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벽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그대로 이행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특히 제1호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 사건은 가격 담합에 해당합니다.
  • 관련 시장 획정 법리: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행위가 일어난 '관련 시장'을 획정해야 합니다. 관련 시장을 정할 때는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따른 경영 의사결정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실크벽지와 합지벽지는 건축물의 실내 마감재로서 동일한 기능과 용도를 가지며, 가격이 일부 중첩되고 소비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서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하나의 관련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부당 공동행위 종료 시점 법리: 가격 결정 담합과 같은 부당 공동행위가 종료된 시점은 단순히 합의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그 합의에 따라 실제로 가격을 올리거나 유지하는 등의 실행 행위가 종료된 날을 의미합니다. 만약 합의에 참여한 사업자가 이 담합에서 탈퇴했다고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 합의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알리고,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되었을 가격 수준으로 스스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담합 합의에 반하는 독립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단순한 내부적인 의사결정이나 잠정적인 가격 인하로는 탈퇴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과징금 감경 및 재량권 법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진신고를 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감경해 줄 수 있습니다. 1순위 자진신고자는 필요적 감경을 받으며, 2순위 자진신고자는 임의적 감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공정위는 법령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하여 감경 비율을 정하는데, 다른 사업자들의 감경 비율과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자진신고에 따른 감경과 조사 협력 또는 사전 시정 등 다른 이유로 인한 감경은 그 목적과 취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관련 매출액 산정 법리: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담합 행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을 의미합니다. 담합이 이루어진 기간 동안 해당 상품의 모든 매출액이 원칙적으로 포함되며, 특정 기간이나 특정 유형의 매출액을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담합의 내용과 범위, 그리고 해당 매출이 담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참고 사항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시장 획정의 중요성: 담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어떤 상품들이 경쟁하는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기능과 용도, 가격 중첩, 소비자들의 대체 가능성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련 시장이 판단됩니다.
• 담합 탈퇴의 명확성: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참여자들에게 합의에서 탈퇴했음을 명확히 알리고,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독립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자진신고 제도의 활용: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를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순위 자진신고자의 경우, 조사 협력이나 사전 시정 등 다른 이유로 감경받은 다른 회사와 감경 비율이 같더라도, 그것만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관련 매출액의 범위: 담합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상품의 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특정 기간이나 특정 상품의 매출액을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