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인 주식회사를 포함한 밀가루 생산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생산량 등을 공동으로 합의하여 담합 행위를 하였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에게 담합 행위 중지, 정보교환 금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원심 법원은 정보교환 금지 명령이 과도하며 과징금 산정 방식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여 공정위 패소 부분을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담합 행위는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정보교환 금지 명령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며, 과징금 산정 시 법정 상한액 적용으로 인해 사업자별 감경 비율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것만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공정위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으로 환송했습니다. 원고가 제기한 담합 행위 자체에 대한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를 포함한 8개 밀가루 제조 및 판매 업체들은 국내 밀가루 시장에서 약 75%를 점유하는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시로 밀가루 가격, 판매량, 생산량에 대한 비공개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이 정보 교환을 통해 이들 업체는 밀가루 생산량 제한 합의, 기준가격 합의, 장려금 폐지 또는 축소 합의를 하는 등 담합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밀가루 판매 시장에서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에 대해 담합 행위 중지, 정보교환 금지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공정위의 이러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시정을 위해 내린 정보교환 금지 명령이 법률상 허용되는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명령이 명확성과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업체들에게 부과한 과징금 산정 방식, 특히 법정 상한액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주도 업체와 단순 가담 업체 간에 실질적인 감경 비율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 헌법상의 비례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공정거래위원회)에게 패소한 부분(정보교환 금지 명령 취소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한편, 원고(주식회사)가 자신들의 밀가루 생산량(판매량) 제한 합의 및 가격 합의 등이 부당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밀가루 생산 업체들의 가격 및 생산량 담합 행위를 인정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교환 금지 명령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로서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과징금 부과 시 법정 상한액 적용으로 인해 사업자별 감경 비율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것만으로 공정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대체로 정당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한과 과징금 부과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주요 조항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선,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밀가루 업체들이 생산량 및 판매량 제한, 가격 및 장려금 관련 합의를 한 것은 명백히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합의는 밀가루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공정거래법 제21조(시정조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을 때 해당 사업자에게 행위 중지, 시정명령 공표 등 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매우 폭넓게 해석하여, 과거의 위반행위 중지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수 있는 동일 유형 행위의 반복 금지, 나아가 담합을 용이하게 하는 '정보교환 금지 명령'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교환 금지 명령은 금지되는 정보의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해당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가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 비공개 정보 교환을 금지한 것은 명확성 및 비례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시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의 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과하도록 상한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한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이 상한 규정으로 인해 주도 업체와 단순 가담 업체 간에 임의 조정 과징금 대비 실질 감경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위반 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간, 회수, 이익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과징금이 현저히 불공평하지 않다면, 단순히 감경 비율의 차이만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재량권을 인정하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사업자들은 다음 사항을 참고해야 합니다. 첫째, 동종 업계 경쟁사들 간에 가격, 생산량, 판매량 등 영업상 중요한 비공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는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목적으로 간주되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보 교환이 경쟁 제한 효과를 더욱 쉽게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은 단순히 위법 행위의 중단을 넘어, 담합을 용이하게 하는 정보 교환 자체를 금지하는 등 광범위한 조치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교환 금지 명령은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하는 한 정당한 조치로 인정됩니다. 셋째, 과징금 부과 시, 법령상 정해진 과징금 상한액(예: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의 5%)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각 사업자의 위반 정도에 따른 임의적 조정 과징금 대비 실제 부과 과징금의 감경 비율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 상한액은 각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한 것이므로, 단순히 감경 비율의 차이만으로 과징금 부과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징금은 위반 행위의 주도 여부, 시장 점유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기업들은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