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초과수입금 포함 퇴직금 요구 사건

이 사건은 택시 운전기사들이 운수 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퇴직금을 청구하면서, 회사의 하루 납입금을 초과하는 수입금(사납금 초과 수입금)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특히 한 원고의 경우 운전경력증명서 발급을 위해 소송 취하 합의를 했는데, 이것이 강박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가 유효한지도 다퉜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F, G): H 주식회사에서 근무했던 전 택시 운전기사들로, 미지급된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사람들입니다.
• 피고 (H 주식회사): 택시 운수 회사로, 원고들의 전 고용주이며 퇴직금 지급 의무를 가진 측입니다.

분쟁 상황

택시 회사에 근무했던 운전기사들은 퇴직 후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회사가 정한 하루 사납금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이 실제로는 자신들의 근로 대가이므로, 이를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측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따라 사납금 초과 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원고 중 한 명인 F는 개인택시를 구매하기 위해 필수적인 운전경력증명서를 회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회사는 이를 빌미로 소송을 취하하고 퇴직금 관련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각서 작성을 요구했습니다. F는 증명서 발급의 절박함 때문에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나중에 이 합의가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1. 택시 운전기사 F가 개인택시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운전경력증명서 발급을 위해 소송 취하 합의를 한 것이, 당시 처했던 급박한 상황(궁박)을 이용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
2. 택시 운전기사가 회사에 하루 일정액의 사납금을 납입하고 남는 운송수입금(사납금 초과 수입금)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여부.
3.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의 평균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가, 그 합의로 산정된 퇴직금액이 법정 최저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도 유효한지 여부, 그리고 이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 H 주식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심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결론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급박한 곤궁(궁박) 상태에 있는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여 체결된 합의(이 사건의 소 취하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입니다. 둘째, 택시 운전기사의 사납금 초과 수입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셋째,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퇴직금 산정 방법을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 내용이 법률이 정한 최저 퇴직금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해당 합의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며, 이러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택시 운전기사들은 사납금 초과 수입금이 포함된 방식으로 계산된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이 조항은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급박한 곤궁),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합니다. '궁박'은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 있으며, 당사자의 신분, 재산 상태, 처한 상황의 절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F가 운전경력증명서 발급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소송 취하 합의를 한 것은 궁박을 이용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되어 무효가 되었습니다.
• 구 근로기준법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퇴직금 지급)​: 이 조항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액의 하한을 규정한 강행규정입니다. 법원은 운송회사가 운전사들에게 사납금을 제외한 잔액을 개인 수입으로 처분하게 한 경우, 이 사납금 초과 수입금 또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며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노사 간의 합의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에서 특정 급여를 제외하기로 했더라도, 그 결과 산정된 퇴직금액이 구 근로기준법 제34조가 보장하는 하한에 미달한다면 해당 합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약정을 한 당사자가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즉, 법이 정한 최소한의 권리 보호를 위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나중에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가 되므로, 이 사건에서 운전기사들이 퇴직금 산정 합의의 무효를 주장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 불리한 합의 체결 시 주의: 급박한 상황이나 자신의 약점을 이용한 계약 요구를 받을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매우 절박한 상황에서 현저히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면, 그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되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근로의 대가와 퇴직금: 운수업종 등에서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사납금을 초과하여 얻는 수입금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초과 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단체협약의 한계: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 강행법규가 정하는 근로자의 최저 권리(예: 퇴직금의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의 내용이 법정 기준을 침해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권리 주장의 정당성: 법률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과거에 불리한 합의를 했더라도, 그 합의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라면 언제든지 그 무효를 주장하여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