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는 돼지 농장을 운영하던 중 축사시설을 돈사로 무단 변경하여 사용했습니다. 이후 해당 토지가 가축 사육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자 피고 군위군수는 가축분뇨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의 돈사 시설에 대해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비례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2005년경부터 군위군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했습니다. 2012년과 2015년에 피고에게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를 했으나, 2015년경 축사시설 현대화 보조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사 등으로 변경되었던 일부 시설을 다시 돈사로 '무단으로 축종을 변경'하여 돼지를 사육했습니다. 이후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는 2011년 7월 29일부터 한우 이외의 가축 사육이 제한되는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19년 3월 8일에는 '모든 축종의 사육이 제한되는 구역'으로 지정 고시되었습니다. 피고는 2019년 3월 지도·점검을 통해 원고가 제한 구역 내에 돈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9년 4월 16일 가축분뇨법 위반을 이유로 해당 돈사에 대한 사용중지명령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사용중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피고의 과거 행정 처리로 인해 원고에게 행정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어 신뢰보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사용중지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가축분뇨법상 가축사육제한구역에 배출시설을 설치한 경우에 대한 사용중지명령은 피고가 임의로 처분 여부나 범위를 결정할 수 없는 '기속행위'에 해당하므로, 비례의 원칙 위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무단 축종 변경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단순히 보조금 사업 참여나 과거의 단속 부재만으로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가축분뇨 배출시설 사용중지 처분 취소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가축분뇨법) 제18조 제1항 제4호 및 제2항: 이 법은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자원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제1항 제4호는 군수 등이 배출시설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시설을 설치한 경우 해당 시설의 설치 허가를 취소하거나 폐쇄를 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이러한 행정처분의 세부 기준을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법 시행규칙 제17조 [별표7]: 가축분뇨법 제18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가축분뇨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배출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시설을 설치한 경우 '1차 사용중지명령'을 내리도록 구체적인 행정처분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행정청이 특정 상황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기속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군위군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축 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08년 조례와 2018년 이 사건 조례를 통해 단계적으로 가축 사육 제한 구역과 제한 축종이 확대되었고, 원고의 돈사가 위치한 토지가 최종적으로 전 축종 사육 제한 구역에 포함되었습니다.
비례의 원칙: 행정 활동은 공익 달성을 위해 적합하고 필요한 수단이어야 하며,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중지명령이 행정청의 재량에 따라 할 수 있는 '재량행위'가 아니라, 법규에 따라 반드시 해야 하는 '기속행위'라고 판단했으므로, 재량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비례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기관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여 국민이 이를 신뢰하고 행동했다면, 그 신뢰가 정당한 경우 행정기관은 과거의 견해표명에 반하는 행정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적용되려면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어야 하고, 국민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그 신뢰에 상응하는 행위를 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위법한 돈사 사용을 알고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보조금 지원이나 과거 단속 부재만으로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될 만큼의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농장 운영자는 가축을 사육하기 전에 관련 법규와 지자체의 조례를 반드시 확인하여 해당 지역이 가축 사육 제한 구역에 해당하는지, 어떤 종류의 가축 사육이 허용되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축종 변경이나 시설 용도 변경 시에는 반드시 관련 법규에 따라 적절한 신고 또는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 사업 참여 이력이나 과거에 단속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현재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향후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공적인 신뢰를 형성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규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과거의 행정 절차가 있었다고 해도 이에 대한 행정 처분은 정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축 사육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 해당 시설이 법적으로 허용된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변경된 법규나 조례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