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소속 근로자가 노후된 작업용 하이카의 조종석 기둥이 부러져 4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완전사지마비 상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법원은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 근로자와 그 자녀들, 그리고 근로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에게 총 1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근로자에게도 안전모 미착용 및 차량 일상 점검 업무 소홀 등의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 A은 2019년 11월 11일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산업폐기물 수집 및 처리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20년 11월 20일 오후 3시 54분경, 원고 A은 대구 달성군 소재 작업장에서 피고 소유의 14톤 대형화물차(하이카) 조종석에 앉아 분철을 적재함에 싣던 중이었습니다. 이때 지상 4미터 높이에 있는 조종석 의자를 받치는 기둥(집게 축)이 부러지면서 원고 A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 A은 경추 척수손상, 다발성 골절, 탈구 등 심각한 상해를 입어 완전사지마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경찰 감식 결과, 사고 원인은 집게 축의 노후화와 균열로 추정되었으며, 피고 회사 대표자도 이전에 금이 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국민연금공단은 원고 A에게 지급한 장애연금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용자인 피고가 노후된 작업용 차량의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고 발생에 근로자에게도 과실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것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입니다. 셋째, 근로자가 수령했거나 수령할 예정인 다양한 보험금 및 급여(장해급여, 피고 지급 치료비, 형사합의금,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간병급여)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와 그 방식입니다. 넷째, 사고로 인한 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범위와 산정 방법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근로자 안전 보호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근로자에게도 안전모 미착용 및 일상 점검 업무 소홀 등의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은 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위자료 등을 포함하여 1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게 되었고, 원고 A의 자녀들은 각각 4백만 원의 위자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지급한 장애연금 중 피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고로부터 대위 취득하여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0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피고는 노후된 하이카의 집게 축 균열 등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수리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근로자 A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제396조 유추적용):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을 경우,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그 과실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운행하던 차량에 대한 일상 점검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사고 위험성을 환기시킬 기회를 놓친 점 등이 참작되어 20%의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책임 비율은 80%로 제한되었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연금의 손해배상액 공제 방식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1다299594 전원합의체 판결):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금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피해자의 손해액에서 먼저 연금 급여액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에게 연금 급여를 한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때, 그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의 공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2항):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되는 장해급여 또한 피해자의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장해급여 197,087,021원이 공제되었습니다.
인보험(상해보험)금의 손해배상액 불공제 (상법 제729조 단서,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7095 판결 등): 인보험의 일종인 상해보험의 경우, 상법 제729조 단서에 따라 보험자대위가 일반적으로 금지되며,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입한 자기신체사고 보험 약관에 보험자대위 규정이 없다면, 해당 보험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이 지급받은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50,000,000원은 공제되지 않았습니다.
장래 간병급여의 손해배상액 불공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12752 판결): 피해 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래에 간병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더라도, 이를 현실적으로 지급받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장래의 보험 급여액을 개호비 상당의 손해액에서 미리 공제할 수 없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안전 수칙 준수와 개인 보호 장비 착용의 중요성: 작업 현장에서 사용자가 안전모 등 개인 보호 장비를 지급했다면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만약 미착용으로 인해 사고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기여했다고 판단될 경우, 본인의 과실로 인해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작업 장비의 일상 점검 및 이상 보고 의무: 근로자에게 차량이나 장비의 일상 점검 업무가 부여된 경우,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사용자에게 보고하여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도 본인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 관리 의무 확인: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용하는 기계나 장비가 안전한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노후 장비 사용 시에는 특히 더 철저한 점검과 보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사용자가 이러한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 사고 발생 직후 현장 사진, 관련자 진술, 장비의 파손 부위 등 사고 원인과 피해 정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찰의 현장 감식 결과 보고서와 피고 대표자의 진술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었습니다.
각종 급여 및 보험금의 손해배상액 공제 여부 이해: 산재보험 장해급여와 같은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는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피해자의 전체 손해액에서 먼저 급여액을 공제한 후 과실상계)이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반면, 자기신체사고 보험금과 같은 상해보험금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래에 지급받을 예정인 급여는 현실적으로 지급받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액에서 미리 공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