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및 미지급 임금 판결

한국도로공사의 고속국도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 업무를 담당했던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고용 관계 인정 및 미지급 임금, 퇴직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요금수납원들이 외주업체에 고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실질적인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의 현장직 직원('조무원' 직종)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임금 차액을 산정했으며, 일부 원고들에게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요금수납원): 한국도로공사의 고속국도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 업무를 담당했던 외주사업체 소속 근로자들. 대부분은 피고 영업소의 운영주체가 변경되어도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를 계속 수행했습니다.
• 피고 (한국도로공사): 도로의 설치·관리 및 통행료 수납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으로, 통행료 수납 업무를 외주화하여 운영해왔습니다.

분쟁 상황

한국도로공사는 1995년부터 고속국도 통행료 수납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하여 2008년에는 전국 모든 영업소의 통행료 수납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들은 외주업체에 고용되어 요금수납 업무를 수행했는데, 사실상 한국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한국도로공사의 사업에 편입되어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으며, 한국도로공사 직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으로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들이 외주업체 소속이었음에도 한국도로공사와 실질적인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
2. 근로자파견 관계가 인정될 경우, 한국도로공사에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는지 여부.
3. 원고들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의 기준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특히 한국도로공사 소속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4. 한국도로공사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
5. 원고들이 외주업체에서 퇴사한 경우에도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 및 그에 따른 임금 차액 청구가 유효한지 여부.
6. 원고들이 외주업체 또는 다른 업체로부터 받은 중간수입이나 퇴직금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과 한국도로공사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자파견 관계가 있었고,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근로자파견 관계 인정: 한국도로공사의 통일적인 운영 관리, 구체적인 업무 지침 및 매뉴얼 제공,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작업집단으로서의 공동 업무 수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아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2. 직접고용 의무 발생: 무허가 파견사업주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역무를 제공받았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에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외주업체가 변경되거나 원고들이 외주업체를 퇴사했더라도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 근로조건 기준: 원고들에게 한국도로공사 현장직 직원('조무원' 직종)의 근로조건(현장직직원관리예규)을 적용하여 임금 차액 상당액을 산정하도록 했습니다. '조무원'은 특별한 학력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직종으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근로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4. 임금피크제 무효: 일부 원고들에게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었음에도 불이익에 상응하는 대상 조치가 없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5. 손해배상액 산정: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원고들이 받았을 임금(기본급, 상여수당, 건설수당, 직무수당 등), 복리후생비(정근보조비, 복지포인트, 기념품비, 경조사비, 경로효친비), 법정수당(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및 퇴직금 상당액에서 원고들이 외주업체 또는 다른 직장에서 실제로 받은 임금과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6. 지급 명령: 피고는 원고 A에게 40,469,888원 및 이 중 7,598,592원에 대해서는 2020년 1월 1일부터, 32,871,296원에 대해서는 2020년 10월 1일부터 각 2023년 7월 21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 A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별지11 표 기재 각 돈 및 2019년 7월 1일 또는 2019년 10월 1일부터 2023년 7월 21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판결하여, 원고들(요금수납원들)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습니다. 이는 외주화된 업무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지휘·명령 관계가 있다면 근로자파견으로 보고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이 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자파견의 정의(제2조 제1호)​: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보아 이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 직접고용간주 규정(제정 파견법 제6조 제3항)​: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 직접고용의무 규정(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4호,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사용사업주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의 외주업체들이 파견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되어 직접고용 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 차별적 처우 금지(제21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당 사업의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임금 및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2. 대법원 판례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단순히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원고용주가 근로자 관리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 목적이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따라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다106436 판결 등).
3.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제1항 및 제19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합니다.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년이 법적으로 60세로 연장되었음에도 임금만 삭감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상 조치가 없는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로서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4.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임금'의 정의와 관련하여,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합니다. 경영평가성과급처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및 조건이 확정되어 있다면 임금에 포함됩니다.
5. 근로기준법 제61조: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했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이러한 사용촉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연차휴가수당 상당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6. 민법 제538조 제2항: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채무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합니다. 이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시 파견근로자가 다른 직장에서 얻은 중간수입을 공제하는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실질적 지휘·감독의 증거 확보: 외주업체에 고용되어 있더라도, 업무 지시, 작업 매뉴얼, 근무 평가, 휴가 승인 등 실제 업무 수행에 있어 원청(사용사업주)의 직·간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증거를 철저히 기록하고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근로자파견 관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2. 동종·유사 업무 수행 증명: 원청 소속 근로자와 같은 공간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거나, 원청 사업에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담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근무표, 업무일지, 동료 증언 등)를 모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여부 확인: 원청 소속 근로자 중 본인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임금, 복리후생, 정년 등)을 파악하여 차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임금 차액이나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4. 임금피크제 적용의 합리성 검토: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 될 수 있으므로, 제도의 도입 목적, 불이익 정도, 대상 조치(예: 정년 연장)의 적절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5. 퇴사 및 중간 수입 관리: 외주업체를 퇴사했거나 다른 직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중간 수입이 발생하더라도, 원청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 및 임금 차액 청구권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받은 임금이나 퇴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으므로, 관련 기록을 정확히 보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