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 A가 피고 B와 C에게 빌려준 약 29억 원의 대여금에 대해 피고들이 공증 받은 약정금 30억 원을 갚지 않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피고들은 공정증서 작성 시 주채무자 B의 대리권이 없었고 채권이 상사채권으로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공정증서의 무효를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공정증서 작성 당시 B의 대리권이 있었음을 인정하였고 해당 채권은 경개계약으로 발생한 민사채권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에게 3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2001년 8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피고 B와 C에게 합계 28억 9,071만 4,000원을 이자 약정 하에 송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B는 피고 C의 5억 8,000만 원 채무를 인수하고, 약국 투자 명목으로 받은 5억 5,000만 원에 대해 월 2~3%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등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2009년 1월 29일 원고는 피고 B(C가 대리) 및 주식회사 E(C가 대표)와 함께 기존 채무를 정리하는 내용으로 원금 30억 원과 높은 이자율(연 24% 또는 30%)을 약정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들은 공정증서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공정증서 작성 시 B의 대리권이 없었으므로 공정증서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아가 해당 채권이 상사채권이므로 이미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무를 갚을 필요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를 대리하여 피고 C가 작성한 공정증서의 대리권 유무와 그 유효성입니다. 둘째,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채무가 기존 채무와 별개의 새로운 채무(경개)인지, 아니면 기존 채무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채무(준소비대차)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공정증서 작성 당시 원고와 피고 B, C가 상인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와 이에 따라 채권의 소멸시효(상사채권 5년, 민사채권 10년)가 완성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 B는 원고에게 원금 30억 원 및 이에 대해 2009년 2월 1일부터 2010년 1월 31일까지 연 24%,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3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하며, 피고 C는 피고 B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원금 30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피고 B의 대리권을 받아 공정증서를 작성했다고 보았고 이 공정증서는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발생시키는 경개계약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 B, C 모두 공정증서 작성 당시 상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채권은 민사채권에 해당하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원고에게 약정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경개(更改) 및 준소비대차(準消費貸借) (민법 제500조, 제501조, 제605조): '경개'는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입니다. 반면 '준소비대차'는 기존 채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약정하는 것입니다. 경개는 채무의 당사자, 내용 등 중요한 부분이 변경될 때 발생하며, 기존 채무의 소멸과 함께 담보나 항변권 등도 소멸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주채무자 변경, 원금 및 이자율 변경 등 중요한 변경을 포함하여 경개계약으로 보았습니다.
상인(商人) 및 상행위(商行爲) (상법 제4조, 제46조, 제47조): 상법은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를 상인으로 정의하며(상법 제4조),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를 상행위로 봅니다(상법 제47조 제1항). 상행위에는 재산의 매매, 임대차, 중개 행위 등이 포함됩니다(상법 제46조). 법원은 원고가 대부업 사업자등록이 없고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준 점, 피고 B가 시의원 활동을 주로 했고 약국 투자는 내부 조합 계약에 가까운 점 등을 들어 원고와 피고 B가 공정증서 작성 당시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C는 주점업을 폐업한 후 공정증서를 작성했으므로 상인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소멸시효(消滅時效) (상법 제64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상법 제64조). 그러나 상인이 아닌 자의 민사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채권이 경개계약에 의해 새롭게 발생한 민사채권이라고 보았으므로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했으며, 소송 제기 시점까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공인중개사법: 피고 B가 과거 무등록 중개업을 한 사실이 형사판결로 인정되었으나, 이는 공정증서 작성 당시의 상인 자격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유사한 금전 대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대리인을 통한 계약 체결 시 대리권의 유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공정증서와 같은 중요한 법률 문서 작성 시에는 대리 위임 여부와 그 범위를 서면으로 분명히 하고 인감증명서 첨부 등 필요한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대리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대리권 부존재를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이 어려울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기존 채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채무를 약정하는 경우, 이것이 기존 채무와 동일성이 유지되는 준소비대차인지 아니면 새로운 채무가 발생하는 경개계약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계약서상 문구나 당사자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여 추후 법적 다툼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개는 기존 채무의 담보나 항변권 등을 소멸시키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셋째, 소멸시효는 채권의 성격(민사채권 또는 상사채권)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지므로, 자신이 상인에 해당하는지, 채무의 발생 원인이 상행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대여금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상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영업의 목적성과 계속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채무의 성격에 따라 시효 만료 전에 권리 행사를 해야 합니다. 대여자가 아무런 담보 없이 거액을 여러 번 빌려주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사채업을 하는 상인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