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역무원 직장 내 성희롱 해고 유효 판결 사건

이 사건은 한국철도공사(피고) 소속 역무원(원고 A)이 상급자인 동료(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 행위를 하여 파면당한 후, 해고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는 징계 기준 변경의 위법성, 성희롱 행위의 부인, 그리고 징계 수위의 과도함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징계 기준 변경은 유효하고 원고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며, 파면 처분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공기업의 엄격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점이 재확인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한국철도공사 순천지역본부 순천역 역무원으로 신규 임용되어 사건 당시 광주전남본부 B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자로,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해 파면된 후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함.
• 피고 한국철도공사: 철도운영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원고의 고용주이자 징계 처분을 내린 주체임.
• 피해자 OOO: 피고 소속 직원으로, 원고 A의 상급자이자 B역의 부역장으로 근무하던 중 원고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함.

분쟁 상황

원고 A는 2005년부터 한국철도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해오던 중 2021년 7월 1일부터 함께 근무하게 된 상급자인 피해자 OOO 부역장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것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피해자는 2021년 9월 1일 피고의 광주전남본부에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해 고충 상담을 신청했으며, 피고 감사실은 감사를 통해 2021년 11월 8일 원고에 대한 중징계(파면)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의 보통징계위원회는 2022년 2월 16일 원고를 파면하기로 의결하였고, 피고는 2022년 3월 23일 원고에게 파면처분을 통지했습니다.

파면처분의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2021년 7월경 퇴근 후 피해자 차량에서 '벌레를 좇으려다가'라고 주장하며 피해자의 복부를 접촉한 행위.
2. 2021년 7월경 퇴근 후 피해자 차량에서 '피해자를 가리키려다가'라고 주장하며 피해자의 팔뚝을 접촉한 행위.
3. 2021년 7월경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뺨에 입을 맞추고 '너무 좋아서 그랬다'고 말한 행위.
4. 2021년 8월경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팔을 잡고 복도를 따라 걷도록 강요한 행위.
5. 2021년 7월경 피해자와 식사 자리에서 '우리 부부 같다', 'OO씨 아 해봐' 등 부적절한 언사를 한 행위.
6. 2021년 8월경 피해자에게 회식을 강요하며 '내가 남자로 보여' 등의 언사를 한 행위.

원고는 이 파면처분에 불복하여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2022년 6월 10일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재심신청을 했으나 2022년 9월 7일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이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및 19,374,939원(및 이자)의 급여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 피고가 성희롱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파면-해임에서 파면으로)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아 해당 기준은 무효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 파면 처분은 위법하다.
• 제1, 2 징계사유는 퇴근 후에 이루어져 업무 관련성이 없고, 우연한 실수에 불과하며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
• 제5, 6 징계사유는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행으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 제3, 4 징계사유는 인정하지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아닌 이성적 호감에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위이며, 당시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 복용으로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볼 수 없다.
• 피해자가 원고의 상급자이므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원고가 장기간 근무하면서 징계 이력이 없고 근무 평정이 우수하며 공로상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파면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고가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면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해당 기준이 무효인지 여부. 둘째, 원고의 주장처럼 제1, 2 징계사유가 우연한 신체 접촉이었고 제5, 6 징계사유가 단순히 친밀감 표현이며 제3, 4 징계사유가 성적 동기 없는 이성적 호감에 따른 것이었는지, 즉 원고의 행위들이 피고의 인사규정상 성희롱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설령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가장 무거운 파면 처분을 내린 것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1. 징계양정기준의 유효성 여부:

   • 피고가 성희롱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한 것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지만, 피고 노동조합이 개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통보받고 음주운전 관련 내용에만 반대하고 성희롱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보아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설령 묵시적 동의가 없었더라도, 공무원 징계양정기준과의 유사성을 통해 피고 직업윤리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어 해당 징계양정기준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2. 징계 사유의 존부:

   • 업무관련성 인정: 원고의 모든 비위행위는 피해자와 함께 퇴근하거나 근무 중에 발생한 것으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언동으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제1, 2 징계사유(신체 접촉): 원고가 주장하는 '벌레를 좇으려다', '가리키다가' 실수로 피해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에 반복적으로 손이 닿았다는 설명은 사회경험칙상 이례적이어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결론

법원은 원고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 한국철도공사의 파면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파면-해임'에서 '파면'으로 변경한 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 법리: 판례는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는 묵시적 동의 또는 사후 추인으로도 가능하다고 보며, 설령 집단적 동의가 없었더라도 해당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변경 필요성, 내용의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판단합니다.

2.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목 (성희롱의 정의):

   • 성희롱이란 성적인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고용상의 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 법리: '성적인 언동'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성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상대방의 반응, 행위의 내용 및 정도, 일회성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합니다.

3. 징계권 재량권 일탈·남용 법리:

   •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 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다만,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법리: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 근무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파면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징계권자가 내부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처분했다면 그 기준이 합리성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 남용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사항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관련하여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업무 관련성: 성희롱 행위가 반드시 근무 시간이나 근무 장소에서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퇴근 후 동료와 함께 이동하는 중 발생한 일, 또는 업무수행의 기회나 상황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언동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성희롱 판단 기준: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성희롱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라면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호감이나 농담, 우연한 실수라는 주장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피해자의 지위: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급이 낮더라도, 연령, 경력, 실제 조직 내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상하관계나 우위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위계질서 및 동료 관계에서 나이 차이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징계 기준 변경과 유효성: 회사의 징계양정기준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노동조합의 묵시적 동의가 있거나, 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 공공기관으로서 공무원 수준의 윤리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해당 변경은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징계 수위의 판단: 성희롱 징계 수위는 행위의 내용과 정도, 지속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근무 환경의 특수성(소수 인원 근무 등), 회사의 특성(공기업으로서의 높은 윤리의식 요구), 가해자의 태도(반성 여부, 책임 전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과거 징계 이력이 없거나 근무 평정이 좋았다는 사정만으로 중징계가 부당하다고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 표현: 피해자가 성적 언동에 대해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행위가 계속되었다면, 이는 비위의 정도를 더욱 무겁게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