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전 조합장 및 이사, 감사였던 채권자들이 조합의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정관 변경 및 안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사건입니다. 채권자들은 임시총회 결의가 서면결의 철회 방해 및 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인터넷 투표 허용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조합의 조합원 개인에게는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보아 신청을 각하했고, 채무자 조합에 대해서는 임시총회 결의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라고 판단, 그 효력을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광주 북구 일대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E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서 2021년 10월 29일 중요한 안건들을 다루는 임시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총회에서는 정관 변경을 포함한 여러 안건이 결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 및 이사, 감사였던 채권자들이 임시총회의 소집 절차, 의결 방식, 특히 서면결의 철회서 접수 거부 및 법령에 맞지 않는 인터넷 투표 도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게 된 상황입니다. 이들은 임시총회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하여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정관 변경의 절차적 적법성 및 유효성 여부, 서면결의 철회 의사표시를 조합 측에서 거부한 행위의 위법성, 법령에 따르지 않은 인터넷 투표 방식이 유효한 의결권 행사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이로 인해 총회 결의의 의사정족수(과반수 출석)가 미달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조합원 개인에 대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신청의 당사자적격 유무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F에 대한 신청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채무자 E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2021년 10월 29일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별지 목록에 기재된 각 안건에 관하여 한 결의의 효력을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들과 채무자 조합 사이에 생긴 부분은 채무자 조합이, 채권자들과 채무자 F 사이에 생긴 부분은 채권자들이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은 그 의사결정을 한 당사자인 조합을 상대로 해야 하므로 조합원 개인인 F에게는 당사자적격이 없어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채무자 조합에 대한 신청에 대해서는, 임시총회 전 이루어진 대의원회에서의 정관 변경이 발의 및 소집 절차상 하자가 있고, 변경된 정관 내용이 도시정비법 및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임시총회 당일 조합 측이 조합원 84명의 서면결의 철회서 수령을 거부하여 의결권 행사를 방해한 것은 위법하며, 전자서명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터넷 투표 337명은 유효한 의결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유효한 출석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인 505명에 미달하는 186명에 불과하여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임시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보아, 그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개발사업 관련 총회 결의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여러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44조 및 제45조는 정비사업조합 총회 및 대의원회 소집 절차, 의결 방법, 서면 또는 전자적 의결권 행사에 관한 기본 원칙을 규정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개정된 도시정비법(제45조 제8항)이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의 시행 시점과 그 적용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개정 법률 시행 전 개최된 총회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민법 제70조 제3항 및 상법 제363조, 제366조 제2항 등은 단체 회의의 소집 청구 및 소집권자의 역할을 규정하며, '소집'의 의미를 회의 개최를 위한 통지, 공고 등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의원회 소집 절차상의 하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셋째,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 제4조의2, 제11조 및 전자서명법 제2조, 제3조는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 및 전자서명의 요건을 규정합니다. 법원은 인터넷 투표가 도시정비법상 '서면' 의결권 행사에 해당하려면 전자문서법 및 전자서명법상의 요건(전자서명 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사건 인터넷 투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효한 의결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신뢰보호 원칙은 일단 형성된 법규범이나 내부 규범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속하리라는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정관 변경이 조합원들의 기존 신뢰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공익적 목적이 신뢰 침해의 정도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아 해당 정관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는 총회 결의의 유효성 판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의결권(무효인 인터넷 투표, 철회된 서면결의)을 제외한 결과 총회 의사정족수(조합원 과반수 출석)가 미달되어 결의가 무효가 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당사자적격은 매우 중요한데, 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그 결의 주체인 조합이 당사자가 되어야 하고 개별 조합원은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조합 등 단체 총회나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총회나 대의원회 소집 시에는 반드시 정관과 관련 법령(예: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발의 요건, 소집권자, 소집 통지 기한 및 방법(서면 통지 등)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둘째, 의결권 행사는 물론 서면결의 철회 역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전자적 방법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도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 법령(도시정비법, 전자문서법, 전자서명법 등)의 요건과 정관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개정 법령의 시행 시점과 적용 범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인터넷 투표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해서 유효한 의결권 행사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기존 정관 규정을 신뢰했던 조합원들의 신뢰보호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관 변경 내용을 충분히 예고하고 조합원들에게 알리며, 변경된 규정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등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총회 결의 시에는 의사정족수(총회 개최를 위한 최소 출석 인원)와 의결정족수(안건 통과를 위한 최소 찬성 인원)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며, 유효하지 않은 의결권 행사(예: 무효인 인터넷 투표, 철회된 서면결의)는 정족수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