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영풍 연합이 한껏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둘 다 미국 클락스빌에 제련소 설립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이번 논쟁이 단순한 이사회 다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이사회 장악에만 정신 팔려 프로젝트의 현실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반면, 영풍과 MBK 연합은 지난 16일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협력에 법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핵심은 바로 돈입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대형 금융기관이 공동 투자하는 규모가 무려 67억 6000만 달러, 한화로 10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 금액은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 74억 달러의 무려 91%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미 정부가 전략적 파트너로서 직접 신주를 인수하고 긴급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런 대규모 외국 정부 투자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합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 측이 주장하는 '고려아연의 지분 무상 양도'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하며 미국 정부와의 프레임워크 합의서(BAFA)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이 BAFA는 2년 내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선언적 합의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합의가 해지될 수 있는 조건이 있지만, 영풍과 MBK가 이를 비현실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업 간 투자 문제가 아니라 한미 안보 협력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사업입니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는 핵심 광물 시장을 자국 우선 공급망으로 바꾸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에서 핵심 광물 11종 포함 총 13종 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법적 분쟁과 주주권력 투쟁이 얽힌 이번 이슈는, 단순히 투자 규모나 법적 조항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업 이사회 내 이해관계 충돌이 어떻게 국제 사업과 연계된 안보 이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법적 분쟁을 볼 때는 뒤따르는 재무적 지원과 전략적 배경을 꼼꼼히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은 기업 투자나 국제 협력 관련 법적 분쟁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공유할 만한 좋은 사례로, 긴장감 넘치는 현실 속 투자 싸움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