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농업회사법인 A가 사단법인 B로부터 오리 종축 1만 수를 공급받기로 하고 8천만 원의 대금을 포함해 총 1억 원을 지급했으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식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자 입식이 불가능하다며 대금 반환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B는 검정회비 등 2천만 원만 반환하고 종축 대금 8천만 원은 반환하지 않아 A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인 농업회사법인 A는 피고인 사단법인 B로부터 2018년도에 오리 종축 1만 수를 공급받기로 하고 대금 8천만 원을 포함하여 총 1억 원을 미리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 전라도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충청남도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AI 발생지역산 초생추 반입 금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지정한 입식 장소들에 대해 입식 승인을 요청했으나 AI 방침에 따라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입식 예정일 이틀 전인 2018년 1월 2일 피고에게 입식이 불가능하니 종축 대금 8천만 원의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2018년 7월 9일 검정회비 및 자조비 2천만 원만 반환하고 종축 대금 8천만 원은 반환하지 않았으며, 결국 원고는 미반환된 8천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종오리 대금 전부를 반환하기로 약정했는지 여부 AI 발생으로 인한 종오리 입식 불가능이 피고의 종오리 공급 의무 이행불능에 해당하는지 여부 종오리 공급 의무 이행불능이 발생했다면, 이는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에 따른 것인지 여부 및 채무자 위험부담의 원칙 적용 여부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대금 반환 약정)와 예비적 청구(이행불능 및 부당이득 반환)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가 종오리 대금 전부를 반환하기로 약정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종오리 입식 장소 확보는 원고의 책임이고 AI 발생만으로 피고의 공급 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종오리 폐기는 입식 장소를 확보하지 못하고 불과 이틀 전에 입식 불가 통보를 한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이 사건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오리 종축의 입식이 어려워진 경우, 계약상 의무 이행의 불능이 누구의 책임으로 귀결되는지를 다툰 사안입니다. 법원은 입식 장소 확보가 구매자의 책임이며, 구매자가 입식 예정일 직전에 입식 불가 통보를 하고 그로 인해 종축이 폐기되었다면 이는 구매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공급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계약 체결 시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 발생 시 각 당사자의 의무 이행 범위와 책임 소재, 대금 정산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특정 품목의 공급이 정부 규제나 질병 발생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우, 해당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약정을 사전에 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와 같이 구매자가 입식 장소 확보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입식 불능 사태 발생 시 계약 불이행의 책임이 구매자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입식이 불가능하다는 통보 시점 또한 중요합니다. 입식 예정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통보하여 공급자가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는 구매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의 거래 관행이나 실제 이행 여부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다른 업체들이 동일한 시기에 종오리를 인도받아 입식한 점이 원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