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B형 간염 등으로 간세포암 고위험군이었던 피해자 D는 C병원에서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전문의 A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2006년부터 간에 결절이 발견되었고, 2009년 CT 및 MRI 검사에서 간세포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었으나,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간세포암 확진을 내리고 그에 맞는 치료를 즉시 시행하지 않고 초음파검사만 시행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2010년 말에 이르러서야 고도로 진행된 간세포암으로 진단받았고, 2011년 7월 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피해자의 배우자는 병원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본 형사 사건에서는 피고인 A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B형 간염 등으로 간세포암 발병 고위험군이었던 피해자 D는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받던 중, 2006년부터 간에 결절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5월 CT 검사와 6월 MRI 검사에서 간세포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었고, 영상의학과에서는 추가 검사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주치의인 피고인 A는 당시 검사 결과만으로 간세포암을 확진하지 않고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환자에게 추가 검사 권고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초음파검사만 시행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2010년 10월에서야 고도로 진행된 간세포암으로 진단받았고, 치료 시기를 놓쳐 2011년 7월 간암으로 사망하게 되자 피해자의 유족이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민사 및 형사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이 간세포암 고위험군 환자에게 간암 의심 소견이 나온 영상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즉시 간암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그리고 진단 지연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형사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간의 증명 책임 및 증명 정도의 차이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간암 진단 지연과 관련하여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2009년 MRI 판독 결과의 'R/O HCC(간세포암 배제할 수 없음)' 표현이 간세포암을 확정적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당시 영상 소견이 간세포암의 특징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또한, 환자의 최종 진료 결정은 임상의사의 재량에 속하며, 조직검사의 위험성 및 환자의 결절 크기, 그리고 3개월 후 CT 검사를 실시한 피고인의 조치가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결정이었다고 보아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여부를 다룬 형사사건으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무죄판결)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구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의료과오로 인한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차이를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여 추정하는 경우가 있으나, 형사재판에서는 과실 및 인과관계 모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리도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본 사건에서 피고인의 진단 및 치료 결정이 이 재량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되었습니다.
의료 분쟁 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기준이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의료상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형사소송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간세포암과 같이 영상 검사 결과가 애매할 수 있는 질병의 경우, 주치의의 진료 방향이 의료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 당시의 의료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그리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진단 및 치료 방법 결정에 동의를 구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간세포암 고위험군이라면 주기적인 검진을 철저히 받고, 영상 검사 결과에 '의심', '감별 필요', '배제할 수 없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해당 의미와 추가 검사 또는 치료 계획에 대해 상세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요구하며, 필요시 다른 의료기관의 2차 소견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간세포암 진단에는 알파태아단백 수치와 함께 CT 또는 MRI 등 영상 검사에서 동맥기에 조영 증강, 문맥기나 지연기에 조영 감소가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이 중요하게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