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진로 변경 과정에서 다른 차량을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피고인은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고 구호 조치가 필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인정하여 벌금 8,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는 2020년 8월 24일 오전 5시 58분경 ○○고속도로 ○○IC 진입로 2차로에서 포터 화물차를 운전했습니다. 피고인은 전후방 및 좌우를 살피고 방향지시등을 켜며 다른 차의 통행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진로를 변경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1차로로 진로 변경을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1차로를 진행 중이던 피해자 홍O익(46세)이 운전하는 트레버스 차량의 오른쪽 앞 범퍼 부분을 피고인 차량 적재함 왼쪽 뒷부분으로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 차량에 불상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고, 구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경위, 충돌 부위, 충격량, 피해 차량 파손 정도, 충돌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을 추격했던 정황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사고를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도로교통법상 사고 발생 시의 조치 의무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사고 내용과 피해 정도에 관계없이 운전자는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는 경우, 피해자의 추격 운전으로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경미하거나 비산물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사고 발생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은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고 피해가 경미하여 조치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8,000,000원에 처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를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하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의 판결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발생 시의 조치) 이 조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필요한 조치'에는 피해자 구호, 경찰관서 신고, 그리고 이 사건의 핵심인 인적사항 제공 등이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 차량을 충격하고도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남으로써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법원은 사고의 경미함이나 도로에 비산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조치 의무를 면할 수 없으며, 특히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고 도주할 경우 피해자의 추격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교통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도로교통법 제148조 (벌칙) 이 조항은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은 제54조 제1항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어 이 조항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 형법 제69조 제2항, 제70조 제1항 (벌금 및 노역장 유치) 이 조항들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그 벌금액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벌금형의 집행에 관한 법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는 사고의 경중이나 차량 파손 정도와 관계없이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피해자 구호, 인적사항 제공, 사고 현장 수습 등이 포함됩니다. 운전자가 사고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충돌 부위, 충격량, 차량 파손 정도 등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사고 인지가 가능했다고 판단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경미하고 파편물이 도로에 흩어지지 않았더라도, 운전자가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추격 운전 등으로 인해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에는 당황하지 말고 법률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