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A 주식회사는 B 주식회사와 지식산업센터 신축을 위한 설계 계약을 체결했으나, 용역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위해 용역대금을 감액한 2차 설계계약과 별도의 협약이 체결되었고, B 주식회사의 계약상 지위 승계 및 연대보증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혔습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들(B 주식회사, C, D)에게 미지급된 용역비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특히 2차 설계계약이 통정한 허위표시가 아니며 B 주식회사의 계약상 지위도 이전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주식회사와 2022년 7월 18일 평택시 E 공장용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신축하기 위한 설계 계약을 체결했으며, 용역대금은 부가가치세 별도로 8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2023년 1월경, 피고 B 주식회사가 G 주식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설계용역계약 승계약정을 맺었으나, 이 승계약정에 따르면 G은 명의만 승계할 뿐 도급인으로서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는 피고 B 주식회사가 계속 보유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 5월 2일, 원고와 피고들은 G에 제출하고 PF대출 심사를 받기 위해 용역대금을 7억 원으로 감액한 2차 설계계약을 작성했습니다. 동시에 당초 용역대금 8억 6천만 원과의 차액인 1억 6천만 원에 대한 지급 의무를 명시한 별도의 협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는 2023년 2월 14일에 완료되었고, 원고는 피고 B 주식회사로부터 계약금 8천 6백만 원만 지급받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미지급된 용역대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B 주식회사와 C은 2차 설계계약이 PF대출을 위한 통정한 허위표시로서 무효이거나, B 주식회사가 이미 계약 당사자 지위를 상실하여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이며, 원고가 채무를 면제해주었거나 변제기를 유예해주었다고 주장하며 다투었습니다.
복수의 설계 계약과 승계 약정, 협약 등 다양한 계약 문서들의 효력을 해석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용역대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판단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PF 대출을 위한 2차 설계계약이 실제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 B 주식회사의 계약 당사자 지위가 다른 회사로 이전되어 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 그리고 원고가 B 주식회사의 채무를 면제해주었거나 변제기를 유예해주었는지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연대보증인 C의 책임 범위와 미지급 용역비 및 지연손해금의 정확한 산정 역시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계약서와 당사자들의 실제 합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B 주식회사와 C에게 미지급된 용역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피고들이 주장한 '통정허위표시' 및 '무권리자의 처분행위'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계약 내용이 PF대출 등의 목적으로 형식상 일부 조절되었더라도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지급 의사가 존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D에 대해서는 자백간주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습니다.
이 판결은 주로 민법상의 계약의 효력과 해석, 통정허위표시, 그리고 채무 면제 및 연대보증인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민법상 계약의 효력 및 해석: 법원은 원고와 피고 B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2022년 7월의 설계계약, 2023년 1월의 승계약정, 그리고 2023년 5월의 2차 설계계약 및 협약 등 여러 계약 문서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했습니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 법원은 전체적인 맥락과 당사자들의 행위를 고려하여 계약의 의미를 확정합니다.
2. 통정허위표시 (민법 제108조): 피고 B 주식회사와 C은 PF 대출을 받기 위해 용역대금을 감액한 2차 설계계약이 실제와 다르게 꾸며진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정허위표시란 표의자(의사표시를 하는 사람)가 상대방과 짜고 거짓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는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7억 원의 용역대금을 실제 지급할 의사를 가지고 계약을 체결한 이상,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없어 통정허위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외부적으로 표시된 계약 내용이 당사자들의 실제 의사와 부합한다면, 그 계약의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원칙입니다.
3. 무권리자의 처분행위: 피고들은 이 사건 승계약정으로 인해 피고 B 주식회사의 계약 당사자 지위가 G 주식회사로 이전되었으므로, 이후 체결된 2차 설계계약은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승계약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 G 주식회사는 명의만을 승계할 뿐이고 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주체는 여전히 피고 B 주식회사라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 주식회사가 2차 설계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아 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4. 채무 면제 및 변제기 유예: 피고 B 주식회사와 C은 원고가 용역대금 중 일부를 면제해주었거나 변제기를 유예해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채무 면제나 변제기 유예와 같이 채무자의 책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약정은 명확한 합의 내용과 증거가 있어야만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연대보증인의 책임 (민법 제428조 이하): 피고 C은 B 주식회사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인으로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날인했습니다. 연대보증은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이행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주채무자인 B 주식회사의 용역대금 지급 의무가 인정되었으므로, 연대보증인 C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 주식회사와 연대하여 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6. 지연손해금 (상법 제54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원은 미지급된 용역대금에 대해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상법에 따른 연 6%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이자를 적용하여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상거래에서 채무 불이행 시 적용되는 이자율과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적용되는 높은 이자율을 구분하는 원칙입니다.
계약서 작성 시 여러 차례 내용이 변경되거나 추가 약정이 발생하는 경우, 각 계약의 효력 범위와 내용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명확하게 중복되지 않도록 상세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PF 대출 등 금융 조건을 위해 계약서를 실질과 다르게 작성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실제 지급 의사가 있다면 법적으로 '통정한 허위표시'로 인정받아 무효가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제 의도와 다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때는 그 법적 효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 주체의 지위가 변경되거나 승계될 때, 명의상 승계와 실질적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명의만 승계하고 권리와 의무는 기존 당사자가 가진다'는 등의 조항은 정확한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연대보증인의 책임은 주채무와 강하게 연동되므로, 주채무의 효력과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보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주채무의 유효성이 인정되면 연대보증 책임 또한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