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과천시 건설 현장에서 파일 항타 작업 중 약 5.7톤 무게의 파일이 낙하하여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원청 건설사의 현장소장 및 안전관리팀장, 그리고 파일공사 및 철근콘크리트공사 하도급사의 현장소장 등 다수의 책임자들이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크레인을 조작하던 기사는 파일 낙하의 원인이 운전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과천시 'K' 공사 현장에서는 주식회사 C이 원청으로 전체 공사를 진행하고 E 주식회사가 파일공사를, G 주식회사가 철근콘크리트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인 2021년 1월 20일 오전 10시 30분경, E 주식회사의 피고인 D 현장소장 지휘 아래 약 5.7톤 무게의 PHC 파일을 크레인으로 지면에 박아 넣는 '항타'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G 주식회사의 피고인 F 현장소장 지휘 아래 소속 근로자였던 피해자 Q(남, 60세)는 바로 옆에서 타워크레인 기초 형틀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파일 등 중량물 낙하 위험이 매우 컸으므로 각 현장소장(A, D, F)과 안전관리팀장(B)에게는 신호수 배치, 작업 반경 내 근로자 출입 통제, 작업 중단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습니다. 또한 파일공사 사업주인 E 주식회사는 낙하 위험을 예방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작업해야 했으며, 콘크리트 공사 사업주인 G 주식회사는 낙하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망 설치 등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원청인 주식회사 C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 F은 피해자의 작업을 중단시키거나 보호망을 설치하지 않았고, 피고인 D는 작업계획서 수립 및 출입 통제를 하지 않아 파일공사 반경 내에서 피해자가 작업 중임에도 파일 이동 작업이 계속되게 했습니다. 피고인 A과 B 또한 도급 사업주로서 이러한 안전 조치를 점검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었습니다. 결국 피고인 H이 운전하는 크레인이 파일을 '서비스홀'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공중에 떠 있어야 할 파일 하단이 지면에 끌리며 와이어로프가 미끄러져 파일이 낙하했고, 작업 중이던 피해자 Q는 파일에 깔려 같은 날 오전 11시 18분경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외에도 사고 후 감독 결과 살수기 회전벨트 덮개 미설치, 양중기 와이어로프 소손 사용, 투광등 미접지 등 추가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도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피고인 H의 크레인 운전 과실에 대해서는 와이어로프 체결 방법 부적합, 불균형 하중, 올가미 매듭 간섭 등 다른 원인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목격자 진술도 일관성이 없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건설 현장에서 중량물 취급 작업 중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 및 하도급사의 현장소장과 안전관리 책임자들이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여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사고를 유발한 크레인 기사에 대해서는 운전 조작상의 과실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가 단순히 작업자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업주와 관리자 모두에게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중대한 의무임을 강조하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