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개인정보
채무자 H는 채권자 주식회사 A의 에이전트로 일하다 계약을 해지하고 경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H는 계약 해지 직전 A의 고객 및 광고주 정보를 자신의 USB에 복사했고, 해당 정보에는 중요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H와 체결한 '개인정보 파기 확약서'에 근거하여 H에게 해당 개인정보의 파기를 요구했으나 H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A는 법원에 개인정보 파기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H의 개인정보 파기 의무를 인정하며 파기 명령과 간접강제금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채무자 H는 2017년 채권자 주식회사 A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때 H는 계약 해지 시 개인정보를 파기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했습니다. 2024년 11월 H는 계약을 해지하고 같은 날 주식회사 A와 동일한 사업을 하는 회사를 등록했습니다. 계약 해지 직전인 2024년 11월 22일 H는 A 소유의 PC에서 광고주 관련 정보와 광고 계정 등 영업을 위한 파일들을 자신의 USB에 복사했습니다. 이 파일들에는 거래처와의 계약 내역,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거래처 상호, 주소, 전화번호, 대표자 성명 및 카드 번호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H가 확약서 내용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개인정보 파기 및 불이행 시 간접강제금 지급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H는 확약서의 정보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업계 관행상 영업 데이터 소지는 허용되고, 자신은 이미 정보를 파기했으므로 파기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에이전트 계약 종료 후 개인정보 파기 의무를 명시한 확약서의 유효성, 무단으로 복사한 정보가 확약서에 명시된 파기 대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 채무자의 '업계 관행' 주장 및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주장의 타당성, 채무자가 주장한 개인정보 파기 방식의 적절성, 그리고 명령 불이행 시 간접강제금 부과의 필요성 등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H에게 이 결정문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채권자 주식회사 A의 개인정보를 파기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한 H가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을 A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으며 소송 비용은 H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채무자 H가 작성한 개인정보 파기 확약서가 유효하며, 파기해야 할 개인정보의 범위도 특정되지 않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H의 '업계 관행'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과도한 제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H가 USB 파일을 삭제하고 USB를 버린 것만으로는 확약서에 명시된 '기록을 재생할 수 없는 기술적 방법 또는 매체의 물리적 파기'에 따른 완전한 파기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채권자의 신청을 인용하여 개인정보 파기 명령과 함께 불이행 시의 간접강제금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당사자 간의 '개인정보 파기 확약서' 계약 내용과 민법상 법률행위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민법 제103조가 관련되었습니다.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합니다. 채무자 H는 확약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확약서가 '개인을 알아보거나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파기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H가 동종 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정보 파기 의무 및 방법 : 이 사건 확약서에는 개인정보 파기 의무와 함께 '기록을 재생할 수 없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여 삭제하거나 당해 개인정보가 기록된 매체를 물리적으로 분쇄 또는 소각하여 완전히 파기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H가 USB 안의 폴더와 파일을 삭제하고 USB를 휴지통에 버린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완전한 파기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계약상 또는 법률상 요구되는 개인정보 파기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단순히 파일을 지우는 것을 넘어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이 포함된 데이터를 다루는 에이전트나 직원의 경우, 계약 해지나 퇴사 시 데이터 처리와 관련하여 명확하고 구체적인 합의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파기해야 할 정보의 범위와 파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업계 관행'을 이유로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며, 명시적인 계약 조항을 무효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데이터 파기 의무가 있는 경우, 단순히 파일을 삭제하거나 저장 매체를 버리는 것을 넘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기록을 재생할 수 없는 기술적 방법'이나 '매체를 물리적으로 분쇄 또는 소각하는' 등의 완전한 파기 방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회사는 직원 또는 에이전트가 퇴사할 때 중요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철저히 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파기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 사건처럼 간접강제금 부과를 통해 강제적인 이행이 명령될 수 있으며, 이는 상당한 금전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