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한 계파인 '기노회'의 간부였던 피고인이 회사 공장장으로부터 노사협상 원만 타결을 위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내 최대 계파인 '기노회'의 핵심 간부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과 2003년 노사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진행되던 중 '주 40시간 근로', '퇴직금 누진제',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구성', '팀제 도입' 등 여러 안건으로 회사와 노조 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공장장이었던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 원(2002년에 3,000만 원, 2003년에 2,000만 원)을 건네며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협상이 원만하게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이 회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만약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청탁 내용이 피고인의 '기노회' 간부로서의 임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총 5,000만 원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으나, 공소외 1의 진술이 청탁의 내용, 지급 시기, 피고인의 직책 등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고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돈을 받은 후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활동하거나 노조원들을 설득한 흔적도 없으며, '기노회' 간부의 임무가 공식적인 노사협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아, 피고인이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형법 제35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배임수재죄'의 성립 요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경우'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임무'는 위탁받은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은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조항과 형사재판에서의 '유죄 인정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공소외 1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청탁의 내용이 불분명하며 피고인의 임무와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금품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는 특히 '부정한 청탁'의 내용과 그것이 수수자의 '임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돈을 주고받은 사실만으로는 배임수재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청탁의 구체적인 내용, 금품 수수 시점과 수수자의 직책, 그리고 수수 이후 수수자가 청탁 내용대로 행동했는지 여부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특히, 노동조합 내 특정 계파의 간부가 받은 돈이 노동조합 전체의 공식적인 임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 법적으로 배임수재죄의 '임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