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권을 이용한 회삿돈 빼돌리기 및 불법 투자 사건

피고인 A은 이른바 '무자본 M&A' 방식으로 상장회사 J의 지배권을 확보한 후, J의 자금 약 194억 원을 횡령하고 가치 없는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게 하여 J에 손해를 입혔습니다. 또한, 비상장회사 H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H 자금 약 62억 원을 횡령하고, A가 지배하는 N 소유의 X 토지를 298억 원이라는 고가에 매수하도록 하여 H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습니다. 상장회사 Q의 자금 약 86억 원도 횡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시 의무 위반, 사기적 부정거래, 문서 위조 및 행사, 외부 감사 방해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은 A의 지시를 받아 각자의 역할에 따라 횡령, 배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행사 등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4년과 벌금 3억 원, 추징금 105억 1650만 원을 선고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요 피고인 A: 상장회사 J과 비상장회사 H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여러 범행의 주도자
• 피고인 E: J의 대표이사로 A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
• 피고인 B: 피해 회사들의 재무책임자로 A의 지시에 따라 자금 집행 및 범행에 가담
• 피고인 G: A가 지배하는 회사들의 자금 이체, 등기, 법인인감 관리 등을 담당하며 범행에 가담
• 피고인 C: H의 이사 및 대표이사로 X 토지 고가 매수 배임 및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행사에 가담
• 피고인 D: H의 이사로 X 토지 고가 매수 배임 및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행사에 가담
• 피해 회사 J: 상장회사로 A 일당에게 약 194억 원을 횡령당하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H 주식을 270억 3천만 원에 고가 매수하여 배임 피해를 입음
• 피해 회사 H: 우량 비상장회사로 A 일당에게 약 62억 원을 횡령당하고, A가 지배하는 N 소유의 토지를 298억 원에 고가 매수하여 배임 피해를 입음
• 피해 회사 Q: 상장회사로 A 일당에게 약 86억 원을 횡령당함
• N, O, AN: 피고인 A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관련 있는 회사들로, 자금 횡령 및 배임 거래에 이용됨
• 피해자 FS: 피고인 A에게 140억 원을 편취당한 개인

분쟁 상황

피고인 A은 2019년 말,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 R을 통해 약 90억 원의 단기 차입금으로 상장회사 J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때 R은 J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거짓 공시했으나, 실제로는 '경영참여'가 목적이었습니다. A은 J의 지배권을 확보한 후 J 자금 약 194억 원을 빼돌려 자신의 개인적인 용도나 다른 회사들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 N의 X 토지 개발사업권 취득 명목으로 J 자금 104억 원을 N 계좌로 이체했고, J의 전 대표이사 주식을 매수하는 데 60억 원, H 소액주주 주식 매수에 30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J의 대표이사 E와 재무책임자 B, 자금 관리인 G 등이 A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특히 J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H 주식 1351만 5천 주를 270억 3천만 원에 N로부터 고가에 매수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 주식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 상태였습니다. 한편, A은 2019년 말 비상장회사 H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2020년 4월 H 이사에 C, D, F을 선임하며 지배력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A이 지배하는 M과 AL 사이의 H 지배권 이전 대금 미지급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AL은 A 측 이사들의 해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신청했습니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A은 H으로 하여금 자신이 지배하는 N 소유의 X 토지를 고가에 매수하도록 계획했습니다. H은 2020년 6월 27일 N로부터 X 토지를 250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 중 일부를 전환사채 발행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A, C, D 등은 2020년 8월 3일 H 이사회에서 X 토지 매매대금을 298억 원으로 증액하고, 이를 다시 전환사채 발행 및 금전소비대차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무리한 결정으로, 당시 X 토지의 시세는 298억 원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H은 이 고가 매수로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피고인 A, B, G은 상장회사 Q의 자금 81억 5천만 원을 'H 주식 및 전환사채 인수 실사보증금' 명목으로 A가 지배하는 AN에 송금하여 횡령했습니다. A는 이 외에도 사기,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피고인 C은 H 이사직에서 해임되었음에도 'H 대표이사 C' 명의로 임금지급명령 이의신청서, 지급명령에 대한 답변서, 소송위임장 등을 작성하고 행사하여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1. J 회사 자금 104억 원 횡령 여부: 피고인 A이 J 회사 자금 104억 원을 N 회사 계좌로 이체한 것이 N의 X 토지 개발사업권 취득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횡령 행위인지 여부.
2. H 회사 X 토지 고가 매수로 인한 배임 여부: H 회사가 A가 지배하는 N 회사로부터 X 토지를 298억 원에 매수한 것이 사업 다각화나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 아닌,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고가 매수로서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3.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의 적법성: 횡령된 J 회사 자금 104억 원이 이미 피해 회복되었으므로 추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의 타당성.
4. 공범들의 가담 여부 및 범위: J의 대표이사 E, 재무책임자 B, 자금 관리인 G, H의 이사 C, D 등이 각 범행에 공모하여 가담했는지 여부. 특히 주식 보유 목적 허위 기재, 횡령, 배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행사 등에 대한 인식 및 공모 관계.
5. C 피고인의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행사 무죄 주장: H 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작성한 지급명령 이의신청서 및 소송위임장이 회사의 묵시적 승낙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무죄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원심판결 중 피고인 A, E, G에 대한 부분과 제2, 3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14년 및 벌금 3억 원, 추징금 105억 16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E에게는 징역 3년 및 벌금 1억 5천만 원, 피고인 G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과 E는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피고인 A으로부터 105억 1650만 원을 추징하고, A와 E에게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C에 대한 임금지급명령 사건 관련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행사, 구상금청구 사건 관련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행사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 D의 항소와 피고인 C의 나머지 항소, 검사의 피고인 B, F, C, D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원심판결 이유 중 피고인 B에 대한 정상참작감경 규정 누락은 직권으로 경정되었습니다.

결론

이 사건은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 배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입니다. 법원은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 A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도 각각의 가담 정도에 따라 형을 선고하며 범죄 수익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C의 일부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는 회사의 묵시적 승낙 또는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어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횡령/배임): 이 사건에서 피고인 A, E, B, G 등은 상장회사 J과 H, Q의 자금을 횡령하거나 임무에 위배하여 고가 매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혔습니다. 특경법 제3조 제1항은 횡령 또는 배임으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하며,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들의 자금을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하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토지나 주식을 매수하게 한 행위를 횡령 및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며,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더라도 영득의 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의 '업무상 임무 위배' 여부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수하고 가치 없는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행위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피고인 A와 E는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거짓 기재하거나, 법원의 의결권 행사 금지 결정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는 주식을 매도하면서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는 부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제147조 제1항 및 제444조 제18호는 대량 보유 상황 등 보고 의무를 규정하며,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누락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 및 시장의 투명성 유지를 위한 중요한 규정입니다.
3.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추징: 법원은 피고인 A에게 J 회사로부터 횡령한 104억 원에 대해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이 법은 범죄피해재산이더라도 범죄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어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횡령된 자금이 A이 지배하는 회사 계좌에 입금되는 등 은닉된 것으로 보았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주식으로 피해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형법상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피고인 C은 H 이사직에서 해임되었음에도 'H 대표이사 C' 명의로 각종 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하여 형법상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죄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이 내용을 바탕으로 등기부등본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게 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죄 혐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임금지급명령 사건과 구상금청구 사건 관련 문서의 경우, 회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작성 및 행사되었고, 명의자인 H이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사문서 작성 및 행사죄에서 '명의자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5. 형법상 공범 관계 및 양형 기준: 이 사건에는 여러 피고인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모는 법률상 정형을 요구하지 않으며,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성립합니다. 법원은 각 피고인의 가담 정도, 주도적인 역할 여부, 피해 회복 노력, 초범 여부 등을 양형의 조건으로 고려하여 형법 제51조 및 제53조, 제55조 제1항에 따라 형을 정했습니다. 피고인 B과 D, F의 항소는 기각된 반면, E와 G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여져 형량이 다소 감경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기업 지배권 확보 시 주의: 무자본 M&A 등 단기 차입을 통한 지배권 확보는 기업 자산 유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므로, 자금 출처와 사용 목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2. 이사회와 경영진의 독립성 유지: 이사회 구성원 및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특정 주주나 지배자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독립성과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합니다.
3.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자금 집행, 계약 체결, 주식 거래 등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회계 감사, 법률 검토 등 엄격한 내부 통제 절차를 마련하고 준수하여 횡령이나 배임을 방지해야 합니다.
4. 관련 회사 간 거래 투명화: 지배 주주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다른 회사와의 거래는 특히 고가 매수나 저가 매도 등 불공정한 조건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제3자 평가를 포함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5. 공시 의무 철저 준수: 주식 보유 목적 변경, 대량 주식 보유 상황 등 자본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지체 없이 정확하게 공시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6. 사문서 작성 및 행사 시 주의: 공식 문서 작성 및 날인 시에는 적법한 권한과 자격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권한 없는 자가 문서를 작성하거나 행사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7. 피해 회복의 어려움 인식: 횡령, 배임 등 기업 범죄로 인한 피해는 민사소송을 통해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사전에 철저한 감시와 예방 노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범죄 수익이 은닉될 경우 실제적인 피해 회복은 더욱 어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