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공기업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전 회장의 비위행위에 연루되어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자, 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징계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징계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사유만으로는 3개월 정직이 과하다고 판단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 중 정직을 인정한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직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는 징계 양정의 적절성 판단에 있어 사용자의 증명책임과 처벌의 비례 원칙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B기관의 전 회장 L은 2021년 2월 취임 후 부당한 측근 채용 시도와 직원들에 대한 욕설, 폭언 등 갑질을 일삼았습니다. 이에 노조의 성명서 발표와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대통령비서실 및 주무기관 O의 감찰이 진행되었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전 회장의 2차 가해 행위가 드러났고, O는 전 회장의 비위행위에 가담하거나 조력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원고 A는 전 회장의 비서실장으로서 '감봉 이상' 징계 요구를 받았습니다. B기관 초심 인사위원회는 A에게 '근신 10일' 징계를 의결했으나, 현 회장 K가 이 의결이 부당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심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어 A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더 무거운 징계가 의결되었습니다. 원고 A는 이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원고 A에 대한 3개월 정직 처분이 이루어진 과정, 즉 현 회장의 재심의 요구와 그에 따른 재심 인사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 A에게 적용된 세 가지 징계 사유(보이스펜 녹취 자료 활용 및 2차 가해 인사 명령 지시, 중요 사안 보고 해태, 허위 자료 작성 지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 징계 사유들이 일부 또는 전부 인정될 경우, 면직 다음으로 가장 무거운 징계인 3개월 정직 처분이 그 비위에 비해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년 2월 15일에 원고 A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부분, 즉 A에 대한 3개월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 B기관과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주장한 징계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징계 사유 중 M, N에 대한 전보 인사 명령이 2차 가해 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원고가 관련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급자에게 지시했다는 부분은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징계 사유들(보이스펜 녹취 자료 활용, 중요 사안 보고 해태, 허위 자료 작성 지시)은 인정되었지만, 이 인정된 사유만으로는 면직 다음으로 무거운 정직 3개월의 징계가 지나치게 과중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3개월 정직 처분은 부당하며, 이를 유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B기관의 내부 인사 규정과 근로기준법상 징계 관련 법리가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1. 참가인 인사규정 제47조 제3항 (회장의 재심 요구권): 이 규정은 "회장은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흠이 있거나 그 의결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재심에 따른 징계의결이 전과 같은 경우에는 그 의결로써 확정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의결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중대하고 명백한 흠에 상응할 정도로 한정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으므로, 회장이 징계사유 오인이나 양정 부적절로 인해 의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재심 요구는 절차상 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이 조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M, N에 대한 전보 인사가 이 조항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관련 형사 및 행정소송 판결을 근거로, 통상적인 인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전보 조치가 피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처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가 M, N에 대한 인사 명령 문서 작성을 지시한 행위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3. 근로기준법 제31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의 증명책임 및 징계양정 원칙): 이 조항과 관련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등)에 따르면,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되더라도 해당 징계 처분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기업)에게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 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해당 기업의 징계 기준과 관행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징계 처분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일부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점, 3개월 정직이 면직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라는 점, 그리고 피고(B기관)가 인정된 징계 사유만으로도 동일한 중징계가 정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징계 양정이 과중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징계 규정에 회장의 재심 요구권이 명시되어 있다면, 회장이 징계 의결의 '부당성'을 이유로 재심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는 정당한 절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심 인사위원회의 구성이나 의결 과정이 정치적 의도로 편향되었는지 여부는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판단은 중요하며, 단순한 직무상의 인사 발령이라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거나 가해 의도가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펜 등으로 취득한 녹취록을 타인의 동의 없이 활용하는 행위,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비방하는 자료로 사용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상급자로서 중요한 사안(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 신고 등)을 적시에 보고하지 않거나 감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작성 또는 지시하는 행위는 중대한 징계 사유가 됩니다. 다만, 여러 징계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된 사유만으로는 징계의 종류(예: 면직 다음으로 무거운 정직 3개월)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징계는 부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징계 처분이 정당함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해당 징계가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징계의 수위가 적정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