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택배사의 택배기사 노조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 판결

A 주식회사는 택배기사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이 요구한 서브터미널 작업 시간, 환경 개선, 주5일제, 수수료 및 사고부책 개선 등 6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거부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택배기사들이 자신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A 주식회사가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에 해당하며,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A 주식회사가 제기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청 또는 위수탁 관계의 근로자라도, 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화물운송업을 영위하며 전국에 약 5,500명을 고용하고 1,800개 집배점과 계약하여 택배사업을 운영하는 대형 택배회사입니다.
• B노동조합: 2017년에 설립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A 주식회사의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 약 1,200명을 포함하여 약 5,500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A 주식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 중앙노동위원회: B노동조합이 A 주식회사의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해 신청한 구제신청에 대해, A 주식회사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재심판정을 내린 행정기관입니다.
• 집배점주: A 주식회사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특정 배송구역의 택배화물 운송을 책임지며, 다시 택배기사들과 운송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재위탁하는 사업자입니다.
• 집배점 택배기사: 집배점주와 운송 위수탁계약을 맺고 A 주식회사의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로, B노동조합의 조합원 중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분쟁 상황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은 2020년 3월부터 A 주식회사에 서브터미널에서의 작업 시간 단축, 작업 환경 개선(주차장, 우천 시 시설), 주5일제 시행, 급지수수료 인상 및 개선, 사고부책 개선 등 6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A 주식회사는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B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A 주식회사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 주식회사가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A 주식회사가 해당 의제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았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했습니다. 과거에도 A 주식회사를 상대로 한 유사 시정신청이 있었으나 사용자성 확장이 부정되거나 각하되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자' 범위 인정 여부: 택배회사 A 주식회사가 자신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성 여부: 만약 A 주식회사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면, B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3. 제척기간 및 중복신청 여부: B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이 법정 제척기간(3개월)을 경과하여 제기되었거나, 이전에 확정된 유사 판정이 있어 중복신청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A 주식회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A 주식회사가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는 뜻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인 A 주식회사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A 주식회사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A 주식회사가 택배기사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간접 고용 형태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업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의 책임, 특히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에서는 주로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고 해설되었습니다.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 (부당노동행위): 이 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등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게을리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A 주식회사는 B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는데, 법원은 이를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습니다.
2.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사용자의 정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예: 임금, 작업 시간, 작업 환경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진 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고 넓게 해석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기능적 분업과 다층적 계약관계망이 확산되는 현대 노동 환경에서,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하청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3. 근로3권의 실질적 보장과 합헌적 법률해석: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근로3권)이 기업의 경영 방식에 의해 형해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원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부합하며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노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노동조합법 제82조 제2항 (구제신청의 제척기간): 이 조항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 또는 그 행위가 '계속하는 행위'인 때에는 그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가 B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거부한 행위를 '계속하는 행위'로 보아, 구제신청이 제척기간을 지났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사용자'의 범위는 근로계약 관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원청 기업이 하청 또는 위수탁 관계의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택배 산업처럼 원청 기업의 사업 체계에 편입되어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이러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이 중요합니다: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의제(예: 작업 시간, 작업 환경, 수수료, 사고 책임 분담 등)가 누구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거나 변경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서브터미널 설비, 주6일제 강제, 급지수수료 기준표, 사고부책 등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사항들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3. 회사의 사업 구조와 근로자의 종속성 정도를 확인하세요: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기업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본질적인 역할, 원청 기업의 시스템(전산망, 시설 등)에 대한 의존성, 중간 사업체(집배점)의 독립적인 근로조건 결정 권한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4. 단체교섭 의무와 단체협약 체결 의무는 다릅니다: '사용자'로 인정되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되더라도,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내용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섭에 성실히 임할 의무가 발생할 뿐이며, 구체적인 타협점은 교섭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