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한 의사가 소유한 병원 건물 내에서, 해당 의사의 미성년 자녀 명의로 약국 개설등록이 이루어지자 인근 약사들이 이에 반발하여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인근 약사 중 일부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보았으나, 병원 환자들과 제소기간을 넘긴 약사의 소송은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약국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의 시설 일부를 분할하여 개설된 것으로 판단해,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 분쟁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건물 4층에는 의사 S이 운영하는 'W의원'이라는 병원이 있었습니다. S은 병원이 있는 층의 다른 호실들을 매수한 후, 그 중 일부(H호)를 미성년 자녀들에게 증여했습니다. 이후 자녀들의 명의를 빌려 H호의 일부를 병원 실장에게 피부관리실로 임대하고, 나머지 일부를 약사 F에게 'I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임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I약국은 W의원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다른 약사들(원고 A, B, C)은 'I약국'이 사실상 병원과 담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약사법이 금지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장소적 근접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영등포구보건소장이 내린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근 약사들과 병원 환자들에게 약국 개설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약사들 중 일부가 행정소송법상 제소기간(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을 지켰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I약국'의 개설등록이 약사법 제20조 제5항(약국 개설등록 제한 사유) 중 '의료기관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처분이 있음을 늦어도 2020년 7월 28일경에는 알았다고 보아, 그로부터 90일이 지난 2021년 1월 18일에 제기된 소송은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D, E(환자들)의 경우, 특정 약국 개설로 인해 건강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않아, 약국 개설등록 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원고적격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B, C(인근 약사들)의 경우, 약사법이 약사들에게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의약분업 제도를 통해 담합을 방지하려는 취지가 있으므로, 이 사건 약국 개설로 인해 이들의 법적 지위가 침해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적격을 인정했습니다. 본안 판단에서는, 이 사건 약국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S이 소유권을 가진 건물의 일부이며, S이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약국의 임대인을 변경하고, 병원 실장 명의의 피부관리실을 병원과 약국 사이에 두어 약사법상 제한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명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인테리어 공사가 병원, 피부관리실, 약국 전체에 대해 1건으로 진행되었고, 약국 공간이 처음부터 약국으로 설계된 점, 피부관리실이 실질적으로 병원의 부속시설처럼 운영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약국은 사실상 이 사건 병원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하여 개설된 경우에 해당하여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담합 행위가 직접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장소적 근접성으로 인한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의약분업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B, C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약국과 병원 사이에 벽으로 단절되어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하므로 '의료기관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하거나, '전용 복도'가 설치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 (약국 개설등록의 제한): 이 조항은 약국과 의료기관 간의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약국 개설 장소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3호는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약국 개설등록을 받지 않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할 때, 단순히 현재 의료기관으로 사용되는 곳의 일부를 직접 분할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과거에 분할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더라도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근접성 및 담합 가능성을 고려하여 사실상 직접 분할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는 경우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약사법 제23조 제3항 (의약분업의 목적): 의료기관과 약국 상호 간의 견제와 검증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루기 위한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제시합니다.
약사법 제23조의2 제1항, 제26조 제2항, 제27조 제2항 (약사의 견제 및 검증 권한): 약사에게 처방전의 부적절성 확인, 의약품 오·남용 의심 시 확인, 대체 조제 권한 등을 보장하여 의사에 대한 견제와 검증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약사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형성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및 제2항 (제소기간):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리고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경우, 처분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 (소송을 제기할 자격):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제3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여기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해당 처분의 근거법규 및 관련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을 의미하며, 단순히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나 공익 보호의 결과로 얻는 일반적 이익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