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생후 7개월 아동이 예방접종 후 심각한 복합부분발작 증세를 보이고 이후 난치성 간질 및 지적장애 1급으로 악화되자, 질병관리본부장이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장애일시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된 소송입니다. 법원은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으며, 피고의 장애 인정 거부 처분은 절차적 위법은 없으나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원고는 1998년 7월 DTaP 및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은 다음 날부터 전신 경련 등의 복합부분발작 증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1998년 12월 피고는 원고의 질병을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하고 진료비와 간병비로 합계 2,422,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증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2008년 6월에는 종합장애등급 1급(간질장애 2급 및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고의 부모는 다시 피고에게 장애일시보상금을 신청했으나, 피고는 2008년 12월 30일 '백신 투여 후 급성 경련은 발생할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난치성 간질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고, 이후 이의신청도 기각되자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예방접종과 이후 발생한 난치성 간질 및 지적장애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질병관리본부장의 장애인정 거부 처분이 재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처분 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처분의 위법 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질병관리본부장이 2008년 12월 30일 원고에 대하여 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예방접종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인정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과, 국가가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의무가 있는 '기속행위'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임의로 보상을 거부할 재량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구 전염병예방법과 행정절차법 및 대법원 판례에서 정립된 인과관계와 행정행위의 성격(재량행위/기속행위)에 대한 법리를 주요하게 다루었습니다.
1.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 보상 의무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 및 제2항)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은 '국가는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된 때나 사망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예방접종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국가가 보상할 의무가 있는 '기속행위'라고 보았으며,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임의로 보상을 거부할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2항은 피해 인정의 기준이 백신 이상이나 행위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당해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임을 명시하여, 의학적 과실 유무가 아닌 백신 접종 자체와의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습니다.
2. 인과관계의 법리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누6806 판결 등 인용) 법원은 민사 및 행정분쟁에서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접종 직후 급성 증상을 보였고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점, ▲피고가 이전에 초기 증상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보상한 점, ▲증상이 10년간 악화되어 중증 장애에 이른 점, ▲의학적으로 DTaP 백신과 간질의 직접적 연관성이 불분명하더라도 복합 열성 경련이 간질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피고 자문의도 백신 내 독소물질이 간질 원인 제공 또는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인정한 점,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인과관계가 인정된 점 등을 종합하여 예방접종과 원고의 후유장애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가 충분히 추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3. 행정처분 시 고지의무 (행정절차법 제26조) 행정절차법 제26조는 행정청이 처분 시 당사자에게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제기 가능 여부, 절차, 기간 등을 고지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누529 판결)에 따라 이러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분 자체의 위법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행정심판 제기 기간 연장 등 절차적인 효과만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절차적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예방접종 후 특이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정밀 진찰을 받고, 관련 의료 기록(진료 기록, 검사 결과, 의사 소견서 등)을 상세하게 확보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초기에 예방접종 관련 피해로 인정받아 보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장애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피해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법률적 인과관계는 시간적 근접성, 다른 원인의 배제,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하여 인정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행정기관의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는 기간 제한이 있으므로, 지정된 기간 내에 절차를 이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