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간 재산 보관 및 채무 관련 분쟁

원고 A는 동생인 피고 D가 자신으로부터 보관 위탁받은 주식, CMA 계좌의 돈, 대여금 등을 임의 처분하여 발생한 약 19억 7천만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D는 채무증서의 진정성립 부인, 의사무능력, 착오로 인한 취소, 소멸시효 완성 등을 주장하며 채무의 존재를 다투었고, 원고가 공정증서를 통해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반소로 공정증서 집행력 불허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D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고 A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 D는 원고 A에게 약 19억 7천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채권자이자 피고 D의 형/오빠
• 피고 D: 채무자이자 원고 A의 동생/누나,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로 한정후견이 개시됨
• E, F: 피고 D의 아들이자 법정대리인(한정후견인)

분쟁 상황

원고 A와 피고 D는 남매 지간입니다. 원고 A는 보증채무의 추심을 피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09년경까지 J 주식 16,398주, CMA 계좌의 돈, 그리고 총 3억 6천만원의 현금을 동생인 피고 D에게 보관 위탁했습니다. 이후 피고 D는 위 주식, CMA 계좌 및 대여금을 임의로 처분했습니다. 2023년 9월 15일, 원고 A와 피고 D는 피고 D가 원고 A에게 1,976,422,265원의 채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채무증서(이 사건 채무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채무증서에는 피고 D의 인장, 무인 및 자필 서명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2023년 11월 17일, 원고 A는 피고 D로부터 공정증서 작성에 관한 위임을 받아 P법률사무소에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원고 A는 이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피고 D의 신축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명령을 받았습니다. 한편 피고 D는 2022년 9월경부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고, 2024년 7월 2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피고 D에 대한 한정후견심판이 개시되어 아들들이 한정후견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피고 D 측은 채무증서 및 공정증서의 유효성을 다투며 본소에 대한 반박 및 반소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 D가 작성한 채무증서의 진정성립 및 유효성 여부
2. 피고 D가 채무증서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
3. 이 사건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및 소멸시효 이익 포기 여부
4. 원고 A가 피고 D로부터 위임받아 작성한 공정증서의 효력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 D는 원고 A에게 1,976,422,265원 및 그중 1,425,487,451원에 대하여 2023년 9월 16일부터 2024년 1월 4일까지는 연 4%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 D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2025카정30431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취소한다.
4.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피고 D가 부담한다.
5. 제1항,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가 주장한 채무증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 D의 의사무능력 주장과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또한 원고 A가 적법하게 작성한 공정증서의 효력도 인정하여, 원고 A의 본소청구(대여금 등 반환)를 인용하고 피고 D의 반소청구(청구이의)를 기각함으로써 원고 A가 최종 승소했습니다. 피고 D는 원고 A에게 약 19억 7천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사소송법 제358조 (사문서의 진정성립)​:
   •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건 채무증서에 피고 D의 인장, 무인 및 자필 서명이 있어 진정성립이 추정되었고, 피고 D 측이 이를 뒤집을 만한 충분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며, 이 추정을 깨려면 날인 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음이 밝혀져야 합니다.
2. 처분문서의 증명력 법리:
   • 처분문서가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명백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 채무증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었으므로, 그 내용이 그대로 채무의 존재를 증명하는 효력을 가졌습니다.
3. 의사능력의 유무 판단 (대법원 판례 참조)​:
   • 의사능력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입니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의사무능력을 주장하는 측이 그 증명책임을 부담합니다.
   • 치매 진단이 있다고 해서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D가 채무증서 작성 당시 인지능력이 저하되었더라도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소멸시효의 완성 및 시효이익의 묵시적 포기 (대법원 판례 참조)​:
   •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이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고 변제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예: 채무증서 작성)를 했다면, 이는 묵시적으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 D가 채무증서를 작성하고 여러 차례 변제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이 시효이익 묵시적 포기로 인정되었습니다.
5.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소멸시효 항변 (대법원 판례 참조)​:
   •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은 소멸시효 항변에도 적용됩니다. 채무자가 시효 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신뢰하게 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D와 원고 A의 관계, 채무증서 작성 경위, 피고 D의 기존 태도 등을 종합하여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6. 공정증서의 효력 (공증인법 제27조, 제30조, 제31조, 제38조, 제56조의2)​:
   • 공정증서는 공증인 또는 공증사무취급인가를 받은 변호사가 작성하는 공문서로서, 그 진정성립이 추정되며 기재 내용의 진실성도 쉽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적법한 위임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 본 사건에서 인감증명서 발급 후 인감 변경이 있었더라도, 위임장에 날인된 인영이 피고 D의 인감도장에 의한 것이 인정되는 이상 공정증서의 증명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처분문서의 중요성: 채무증서와 같은 처분문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뒤집을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법원은 문서 내용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금전 관계는 반드시 명확한 서면으로 남겨두고,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2. 사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사문서에 서명, 날인, 또는 무인이 있다면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을 뒤집으려면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인감을 변경했거나 다른 사람이 보관했다는 사실만으로 추정이 깨지기 어렵습니다.
3. 의사능력 판단의 개별성: 치매 진단만으로 모든 법률행위가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의 내용과 난이도, 행위 당시 당사자의 인지 상태, 주변인들과의 소통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의사무능력을 주장하는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4. 소멸시효와 시효이익의 포기: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갚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채무증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묵시적인 시효이익 포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특별한 관계(예: 남매)나 오랜 기간 채무를 인정해온 태도 등이 있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5.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시효항변 제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곤란하게 하거나, 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이를 신뢰하게 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공정증서 작성 시 유의사항: 공정증서는 강력한 집행력을 가지므로, 그 작성 과정에서 적법한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위임장에 날인된 인감이 변경되었더라도 위임장 자체의 진정성립 추정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으며, 위임 내용이 복잡하지 않다면 인지기능 저하 상태에서도 유효하게 작성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