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개인정보
피고인 A는 서울특별시 B구청의 6급 공무원으로, 2019년 8월경 B구청장 D와 정책특별보좌관 E의 공무 집행에 불만을 품고, 노조 비공개 게시판에 이들을 ‘사장’과 ‘F’에 빗대어 사회서비스원 용역 내정 의혹, 지인 채용 의혹, 재정진단 용역 특정 업체 내정 의혹,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등을 소설 형식으로 담은 글을 게시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글이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글이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아닌 ‘의혹 제기’에 불과하며, 공적인 인물에 대한 공적 업무 수행 비판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울특별시 B구청의 6급 공무원인 A는 2019년 8월경, B구청에서 진행되던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용역 사업, 지인 채용, 재정진단 용역의 특정 업체 내정,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A는 이러한 불만과 의혹을 ‘사장’과 ‘F’의 대화 형식으로 소설처럼 구성한 글을 작성하여 B구청 H 노조의 비공개 G 게시판에 게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B구청장 D와 정책특별보좌관 E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A를 고소했고, 검찰은 A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가 작성한 글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인에게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공직자에 대한 공적 관심사 관련 의혹 제기 행위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글이 구체적인 비리 행위를 단정적으로 적시한 것이 아니라 ‘이랬을 수도 있다’는 식의 의혹 제기나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게시된 글이 구청장과 정책특별보좌관이라는 공적인 인물의 공적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았고, 글의 내용과 게시된 비공개 커뮤니티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A는 구청 내부의 비공개 노조 게시판에 구청장과 정책특별보좌관의 공무 집행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는 공직자의 공적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 및 의혹 제기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판결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중요하다는 헌법적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제2항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이 ‘거짓의 사실’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비방의 목적을 부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형량: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명예 등 인격권 또한 보호되어야 하므로, 이 두 법익이 충돌할 때에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 보호로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하여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합니다.
‘사실의 적시’와 ‘의견 표현’의 구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는 증거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의미하며, 단순히 개인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과는 구별됩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비방할 목적’의 판단 기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타인을 해치려는 의사나 목적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이 부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은 국가·사회 전반의 이익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까지 포함합니다.
공적 인물에 대한 공적 관심사 비판의 자유: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은 그 직무와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이 다소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더라도, 그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공직자의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표현의 자유로 최대한 보장됩니다. 특히 공직자에 대한 공적 관심사 관련 비판은 그 표현의 내용과 방식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하여 현저히 상당성을 잃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글을 작성할 때, 명확히 ‘사실’을 단정적으로 적시하기보다는 ‘의혹 제기’나 ‘추측’의 형식임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글 머리와 끝에 ‘상상한 것’, ‘소설’, ‘이런 상황이 아니었기를’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게시물의 공개 범위 또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입이 승인된 노조원만 열람 가능한 비공개 게시판에 약 16시간 동안만 게시되었다는 점이 참작되었습니다. 비판이나 의혹을 제기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근거나 정황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의 지인 채용 사실, 용역 발주 및 취소의 이례적인 절차, 업무추진비 초과 사용 등의 정황이 피고인의 의혹 제기에 대한 근거로 인정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