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망인이 보험 가입 당시 직업을 실제와 다르게 고지했다고 하여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보험 설계사가 망인의 실제 직업을 알고 있었고 보험회사 직원이 전산으로 청약서를 작성했으며 보험료 차이도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망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망 D는 피고 C 주식회사와 상해사고로 사망 시 5천만 원을 지급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당시 망인은 직업을 '작물재배원', 운전 차종을 '승용차(자가용)'으로 고지했으나, 실제로는 화물차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7월 19일, D는 화물차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상속인인 원고들은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D가 실제 직업을 다르게 고지하여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사망한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시 직업 관련 고지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를 이유로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들(사망 보험계약자의 상속인)에게 각 25,000,000원씩 총 5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보험회사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며, 보험계약은 유효하므로 원고들은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가 주요 법률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을 때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망인이 직업과 운전 차종을 실제와 다르게 고지했더라도 그것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고려되었습니다.
첫째,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설계사 F은 계약 당시 망인이 화물차를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둘째, 청약서가 계약자가 직접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설계사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보험회사 직원 G이 전산으로 입력하여 인쇄한 서면에 망인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셋째, 작물재배원으로 고지한 경우와 화물차 운전자로 고지한 경우의 월 보험료 차이가 약 8천 원에 불과하여 망인이 불과 8천 원 때문에 고의로 허위 고지를 했을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계약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명시·설명의무)가 있으며 망인의 화물차 운전 사실은 법령에 규정된 것을 되풀이하는 정도가 아니어서 보험사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보험회사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가입 시 직업 운전 여부 등 중요한 고지사항은 반드시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가 계약자의 실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보험회사가 청약서 작성 과정에 개입하여 전산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등 고지 과정에서 보험회사 측의 책임이 있다면 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월납입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경우 계약자가 고의로 허위 고지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