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대학교 선배인 피해자 C에게 'D에서 화장품 용기 펌프 제작 주문이 많아 금형 제작비용 1억 4천만 원 중 1억 원을 빌려주면 2018년 말까지 갚겠다'며 총 1억 원을 빌렸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당시 변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으며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고 보아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8년 1월경 대학교 선배인 피해자 C에게 전화로 'D 회사로부터 화장품, 세제 용기 펌프 제작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금형 제작비용이 필요한데 1억 4천만 원 중 1억 원을 빌려주면 나머지 자금은 알아서 조달하고 2018년 말까지 갚겠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C는 이에 속아 2018년 1월 15일 3천만 원, 1월 16일 7천만 원을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하여 총 1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 A는 당시 수익이 거의 없어 어머니 집을 담보로 12~13억 원의 채무를 지고 회사를 운영 중이었고, 빌린 돈 상당 부분을 금형 제작비가 아닌 직원 급여 등 회사 운영비, 생활비, 다른 차용금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으며, 약속 시한까지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검찰은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피해자 C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할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 즉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차용금의 경우, 사업 실패로 인해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 사전에 기망 의도가 있었던 사기인지 아니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돈을 빌릴 당시 실제로 D의 납품업체인 I으로부터 펌프 부분 공급을 의뢰받았고 예상 공급량도 상당했던 점, 차용금 중 상당 부분을 금형 제작비 등 회사 운영비로 지출한 점, D로부터 향후 금형 제작비도 보전받기로 했던 점, 그리고 피고인의 어머니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변제할 가능성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불이행일 뿐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 없이 기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대법원 판례를 참조했습니다. 첫째, 사기죄는 돈을 빌릴 당시를 기준으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며, 이후 돈을 갚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칙(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참조)을 따랐습니다. 둘째,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 이행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셋째, 유죄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 사법의 대원칙(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6659 판결 참조)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의 경우, 단순히 사업체가 경영 부진 상태였고 채무불이행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있다고 믿고 성실하게 계약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할 의사가 있었다면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례(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참조)를 적용했습니다. 이외에 항소법원의 원심 파기 및 무죄 선고의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과 제325조 후단을 적용하였습니다.
사업 자금 대여 시에는 차용인의 사업 계획, 재정 상태, 실제 거래처와의 계약 여부 등을 서류나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친분이나 구두 약속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금 용도와 변제 계획을 명확히 하고 가능하면 담보나 보증을 설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차용인의 채무불이행이 사기죄로 인정되려면 돈을 빌릴 당시부터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며 단순히 사업이 실패하여 돈을 갚지 못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는 차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자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며, 변제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빌린 돈의 사용처가 당초 약속과 달라질 경우, 사후에라도 채권자에게 그 변경된 상황을 알리는 것이 오해를 줄이고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