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가 교량 확장 공법 변경을 통한 공사비 절감을 목적으로 행정사와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하고 착수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자 업무대행사는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착수금 반환을 청구했고 자문측은 남은 잔금의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자문측이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업무대행사의 손을 들어주며 착수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D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인 주식회사 C는 교량(F)의 확장 공사 방식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기존 교량을 철거 후 새로 건설하는 방식은 약 60억 원이 예상되었고 기존 교량을 활용하여 폭을 확장하는 방식은 약 15억 원이 예상되었습니다. 주식회사 C는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던 중 행정사 A와 법무법인 B를 소개받아 기술검토 및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내용은 '도시계획도로 실시계획인가 및 개발행위 허가와 학교문제 등 인허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원고들이 기술검토 및 법률 자문 용역을 진행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9,000만 원씩을 지급하되 착수금으로 4,500만 원씩을 먼저 지급하고 잔금 4,500만 원씩은 아파트 착공 시 지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식회사 C는 2018년 10월 4일과 10월 15일에 걸쳐 착수금 각 4,500만 원씩을 원고들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교량 공사는 기존 교량을 철거 후 재가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주식회사 C는 원고들이 약속한 대로 저렴한 공법으로의 변경을 성사시키지 못했으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착수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원고들은 기술적, 법률적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계약상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남은 잔금을 청구했습니다. 주식회사 C는 또한 원고 A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잘 이야기하면 저렴한 공법으로 공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사기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도 예비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자문 계약에서 원고들(행정사 및 법무법인)의 의무가 단순히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여 기술적·법률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인지 아니면 광주시와의 협의를 통해 약 15억 원이 소요되는 특정 공법(기존 교량 확장 방식)으로 사업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계약 내용 해석이었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들이 법원의 해석에 따른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행정사 A, 법무법인 B)의 본소 청구(잔금 지급 요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반대로 피고(주식회사 C)의 반소 청구(착수금 반환 요구)는 인용하여 원고들에게 각 4,500만 원씩, 총 9,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18년 10월 15일부터 2020년 4월 17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자문 계약의 목적이 단순히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량을 활용하여 저렴한 방식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게 하거나, 그에 준하는 비용 부담만을 지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원고들이 이러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보아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이미 지급받은 착수금을 피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고는 예비적으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민법 제110조 제1항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을 인용했습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 중 한 명이 다른 당사자의 기망 행위나 강박으로 인해 의사표시를 한 경우 해당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즉, 만약 원고 A이 피고 C를 속여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면, 피고 C는 이 조항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고 착수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본 판결에서는 법원이 주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 및 원상회복 의무를 중심으로 판단했지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의 목적과 서비스의 범위, 그리고 기대하는 결과물을 명확히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자문’과 같이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 자문 내용이 단순한 정보 제공인지 아니면 특정 행정적, 기술적 결과의 달성을 포함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만약 특정 결과의 달성이 계약의 핵심이라면 이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고 미달성 시의 조치(예: 착수금 반환 등)를 포함시키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계약 상대방의 능력과 과거 실적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고, 혹시 모를 사기 등의 위험에 대비하여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