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 후 사업부문 위탁으로 별도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폐업하고 다시 피고 회사에 재입사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운영했던 사업체가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사업이었으므로 해당 기간의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3년이 이미 지났고, 이전에 제기했던 다른 소송으로는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1987년 피고 B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했습니다. 2004년 B 회사는 중공성형 사업부문을 소사장제(위탁 방식)로 전환했고, A는 기존 근로계약을 종료한 후 'C'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2012년까지 B 회사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했습니다. 2012년 B 회사가 C 근로자 임금 외 4대 보험료 및 세금 약 6,558만원을 지급하지 않자, A는 2012년 10월 C를 폐업했습니다. 2013년 A는 B 회사에 생산직으로 다시 입사하면서, 미지급된 4대 보험료 등 합계 69,101,378원을 가불금으로 지급받고 매월 임금에서 상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A는 2016년 B 회사에서 퇴사했습니다.
A는 2018년 B 회사를 상대로 'C' 재직 기간에도 실질적으로 B 회사의 근로자였음을 주장하며, 임금에서 부당하게 상계 처리된 금액 53,320,000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이전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C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B 회사이며, 가불금은 근로기준법상 '전차금'으로서 임금 상계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2019년 10월 19일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A는 2020년 12월 24일 다시 B 회사를 상대로 'C'에서 근무했던 2004년 7월부터 2012년 9월까지의 기간에 대한 퇴직금 35,341,3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위적으로 퇴직금 청구를, 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주장했습니다. B 회사는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3년이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응했습니다.
원고가 자신이 운영했던 사업체 'C'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 채권이 소멸시효 3년을 도과했는지 여부와, 이전 소송으로 인해 이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 자체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지, 퇴직금 채권 소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퇴직금 청구)와 예비적 청구(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퇴직금 채권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3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으며, 이전 소송의 청구 내용과 이 사건 퇴직금 청구권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시효 중단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고,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은 법률상 원인 있는 이득이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모든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퇴직금 채권은 퇴직한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집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C 폐업일인 2012년 10월 또는 피고 회사 퇴사일인 2016년 9월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12월에 소송을 제기하여 3년의 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168조 (소멸시효의 중단사유) 및 제170조 (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소멸시효는 재판상의 청구, 압류, 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으로 중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재판상 청구는 소를 제기하는 시점에 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만, 해당 청구가 소멸시효가 진행 중인 채권과 '동일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전 '임금 지급 청구의 소'는 '퇴직금 청구권'과는 발생 근거 및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동일성이 없어 퇴직금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특정 채권을 청구하는 소송은 그 특정 채권에 대해서만 시효 중단 효력을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및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했거나, 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신뢰하게 만든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득하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득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무가 소멸된 경우, 채무자가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은 법률상 원인(소멸시효 제도)에 따른 것이므로, 이를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퇴직금 채권이 소멸시효로 소멸했다면, 이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3년 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잃게 됩니다. 이전 소송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관련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소송의 청구 내용과 이번 소송의 청구 내용이 발생 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 이전 소송으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이번 소송의 채권에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 반환 청구 소송이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송 제기 시 어떤 권리를 청구하는지 명확히 하고, 청구 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면 법원에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기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인정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고의로 방해했거나, 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거나, 채권자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 사유가 있었던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무가 없어진 경우, 채무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업 형태가 위탁 경영, 소사장제 등으로 바뀌더라도 실질적인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신의 퇴직금과 같은 권리에 대해 미리 법률 전문가와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