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에 근무하던 망인 O은 수차례 해외 법인으로 파견 근무를 하였고, 국내 복귀 후 질병 휴직 중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원고 A, B, C)은 망인이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으며 부당한 해외 발령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피고 회사에 망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가 지급되었으나, 이 사건 민사 소송에서 법원은 망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해외 발령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의 사망과 회사의 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O은 피고 회사에서 2000년 9월 15일 입사한 후 여러 차례 중국, 터키,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의 부공장장으로 파견 근무를 하였습니다. 망인은 2008년 첫 해외 근무 이후 불안, 불면 등의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꾸준히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해외 법인으로 발령받아 근무했습니다. 해외 근무 중인 2021년 5월 국내 사업장으로 전보되었고, 2021년 8월 2일부터 양극성 장애를 이유로 휴직했습니다. 휴직 중이던 2021년 10월 21일 자신의 허리띠로 목을 매었고, 병원 치료 중 2021년 10월 25일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 원고 A은 망인이 S법인에서 상사인 K 상무로부터 부당한 지시, 질책, 주말 출근 강요, 인격비하적인 발언 등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으며, 회사가 망인의 정신과 진료 이력을 알면서도 부당하게 해외 발령을 내 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으므로, 피고가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액 573,982,553원과 망인 및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합계 50,000,000원 등 총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참고로, 원고 A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초기에는 거부당했고,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23년 7월 18일 조정 권고를 통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유족연금 93,661,830원과 장례비 16,334,840원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K 상무의 행위가 망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한 피고의 사용자 책임 인정 여부, 피고 회사의 망인에 대한 해외 발령이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한 전보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고의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 인정 여부, 위 주장된 직장 내 괴롭힘 또는 부당한 전보가 망인의 사망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발생시킬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피고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망인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K 상무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망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이 남긴 메모 내용, 질책의 정도, 주말 출근 지시 등이 업무상 필요성을 벗어났다거나 사회 통념상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망인에 대한 해외 발령이 부당한 전보로서 위법하다거나 망인의 사망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해외 순환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고 망인도 해외 인사 이동 가능성을 예견했으며, 망인이 고충을 토로하자 국내 복귀 및 상병 휴직 조치 등을 취한 점을 근거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의 경우 회사의 행위로 인해 망인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하여 자살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회사가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전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망인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상속분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K 상무의 원고들에 대한 발언이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나온 방어적인 태도임을 고려할 때 이를 불법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고유 위자료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근로기준법상 전보의 정당성 및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K 상무의 직장 내 괴롭힘과 피고의 부당한 전보를 불법행위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K 상무의 행위가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고, 해외 발령 또한 부당 전보로 판단하지 않아 불법행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K 상무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피고 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주장했으나, K 상무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사용자 책임도 부정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합니다. 이 조항은 전직(인사이동)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전직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협의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해외 발령이 부당 전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안전배려의무):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발령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이 고충을 토로하자 국내 복귀 및 상병 휴직 처리를 해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는 가해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므로, 가해 행위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려면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법원 판례 법리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상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하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는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K 상무의 행위가 위 법리상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행위의 업무상 필요성 여부, 행위 양태의 사회 통념상 상당성 여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했는지 등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상급자의 질책이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증거 자료로는 괴롭힘 내용이 담긴 대화 기록, 이메일, 목격자의 증언, 본인의 상세한 기록, 진료 기록 등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전보(인사이동)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해당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감수해야 할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전보 과정에서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에 해외 순환 근무 규정이나 관행이 있다면 이는 전보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유족급여를 받는 것과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업무상 재해는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인정될 수 있으나,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가해 행위의 위법성과 그로 인한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사용자 책임, 보호의무 위반 등)이 더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특히 직원의 자살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 회사의 행위로 인해 망인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하여 자살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회사가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