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이 사건은 피고인이 구청 앞에서 진행된 철거민 집회에 참여하여 구청장실로 진입하려던 중, 이를 제지하던 구청 직원 피해자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만졌다는 강제추행 공소사실에 대한 것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신체 접촉 행위는 인정했지만 시위 상황의 특수성, 행위의 경위와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3년 4월 28일 오후 2시 5분경, 피고인은 L구청 앞에서 J구역 철거민 집회에 참여하여 구청장실로 가던 중, 2층 계단에서 구청 직원인 피해자 E, G, F에게 저지당했습니다. 직원들이 몸으로 대열을 만들어 시위대의 진입을 막자, 피고인은 이들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 밀착한 피해자 E와 G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어 비비고, 손등으로 피해자의 허벅지 바깥쪽과 골반 옆 부분을 수차례 문지르듯이 만지는 등 약 7초간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시도했으며, 구청 직원들이 대열을 재정비할 때마다 반복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보고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피고인의 구청 직원 신체 접촉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회 상황에서 구청장실로 진입하기 위해 시위대를 막아서는 직원들의 대열을 뚫으려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신체 접촉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신체 접촉 당시 피고인이 장갑을 착용했고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의도 없이 틈을 벌리려 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추행'이라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리고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신체 접촉 행위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열을 뚫으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발생한 비교적 짧은 시간의 접촉이었고 성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사정(장갑 착용, 공개된 장소, 다른 시위 참여자들도 유사 행위 시도 등)이 고려되어,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행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집회나 시위와 같이 사람들이 밀집하여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신체 접촉의 경우, 그 행위가 추행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단순히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행위가 이루어진 전체적인 맥락, 행위자의 의도, 구체적인 행위의 형태, 접촉 시간, 피해자의 반응, 주변의 객관적 상황, 그리고 당시의 사회적 성적 도덕관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따라서 시위 진입과 같이 목적 달성을 위해 물리적 저지를 뚫으려는 시도에서 비록 신체 접촉이 발생했더라도, 그 주된 목적이 성적인 의도가 아닌 물리적 공간 확보였다고 인정되면 강제추행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나 장갑을 착용한 채 이루어진 가벼운 접촉 등은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