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감금 · 상해 ·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와 피해자 C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통해 만나 'SM 플레이'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전에 피해자는 항문성교나 구강성교는 거부하고 스팽은 멍들지 않을 정도로만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후 모텔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발을 결박하고 눈을 가린 채 항문에 불상의 도구를 삽입하여 유사강간을 했고, 동의 범위를 넘어 나무 구두주걱으로 엉덩이와 발바닥을 30회 이상 때리며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멈추지 않고 나체 상태로 수 시간 동안 바닥을 기어 다니게 하여 약 2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고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유사강간 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며 상해 및 강요는 합의된 'SM 플레이'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일관되지 않으며, 사건 직후 피해자의 행동이 성폭력 피해자의 통상적인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2년 5월 7일 저녁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되어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대화하며 'SM 플레이'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피해자는 항문 성관계, 구강 성관계는 거부하고 본디지, 블라인드, 도그, 유두개발, 약스팽 등은 관심 있으며, '스팽'이 포함되더라도 멍들거나 다치지 않는 정도면 괜찮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22년 5월 8일 새벽 모텔에서 SM 플레이가 진행되었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항문에 도구를 삽입하고, 동의 범위를 넘어 구두주걱으로 신체를 때리고, 나체로 바닥을 기어 다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유사강간, 상해,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합의된 SM 플레이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유사강간이나 고의적인 상해 및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양 당사자 간에 행위의 '동의' 범위에 대한 첨예한 해석 차이가 발생하여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었습니다.
SM 플레이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항문에 도구를 삽입하여 유사강간을 하였는지 여부입니다. 합의된 SM 플레이 범위를 넘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였는지 여부입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능력이 충분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신빙성과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하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이 법조문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In dubio pro reo)이 적용된 것입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전2항의 경우에 법원은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때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판결요지를 공시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의 증명력: 법관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에 이르지 못한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여러 의문점이 있어 충분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특히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뿐일 경우,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의 높은 증명력이 요구됩니다. 이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변경, 이례적인 사건 직후의 태도 등이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존중의 원칙: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행동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행동이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경우로 판단되었습니다. 상해 및 강요죄의 고의: 상해죄나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상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된 SM 플레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상처가 발생했을 가능성과 피고인에게 상해 및 강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SM 플레이'와 같은 가학적 성행위는 참여자 간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동의와 한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행위 전에 가학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강도, 지속 시간, 거부 의사 표현 방법(안전어 등), 안전 장치 등에 대해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오해와 분쟁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행위 중이라도 참여자는 언제든 자신의 의사를 번복하고 행위를 중단할 수 있으며, 상대방은 이를 즉시 존중해야 합니다. 동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라 할지라도, 그 결과로 상대방에게 실제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폭행 또는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강도 조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 사건 직후 즉시 병원 진료를 통해 상해를 증명하고, 관련 대화 내역, 사진, 영상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할 때는 처음부터 일관된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진술 내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되거나 구체화될 경우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성적인 행위와 관련된 사진 또는 영상 촬영은 반드시 모든 당사자의 명확하고 자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하며,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등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