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후 원고가 업무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저장·삭제하고 대기발령 중 회사에 무단 침입하는 등 여러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원고는 해고가 절차적·실체적으로 부당하며 대기발령 또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해고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배임·횡령 일부 혐의, 업무자료 무단 반출·삭제 및 무단 침입 행위를 인정하고, 이러한 비위 행위들이 회사의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기발령도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8년 12월 1일 피고 C 주식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2021년 11월, 원고가 경영지원실 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제기되어 징계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제1차 징계 인사위원회 통지 후 원고는 자신의 컴퓨터 파일 약 580개를 이동식 저장장치로 저장하려 했으나 저지당했고, 이후 약 9GB 상당의 업무 관련 전자우편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1년 12월 24일 '증거인멸 우려 및 업무 수행 부적절'을 이유로 원고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명했습니다. 대기발령 기간 중 원고는 '개인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허위 신고를 하여 경찰을 대동하고 회사 사무실에 무단으로 출입하기도 했습니다. 피고는 2022년 3월 28일 제2차 징계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렌터카 업체 계약 및 PC 업체 납품 과정에서의 배임 혐의, 폐기물 업체 대금 지급 과정에서의 횡령 혐의, 불공정 연차이월 및 퇴직금 정산 과정에서의 권한 남용, 자택 대기발령 위반 무단 침입 및 업무 방해, 업무 자료 무단 삭제 및 반출 시도, 업무 문서 인수인계 불이행, 노동위원회 허위 이유 제출 등을 해고 사유로 들어 원고를 해고했습니다. 원고는 해고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성과 대기발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한 것이 법률적으로 정당한 절차와 사유에 따른 것인지, 징계권이 남용된 것은 아닌지 여부, 그리고 해고에 앞서 이루어진 대기발령이 적법한 조치였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며, 원고의 해고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위자료 청구가 모두 이유 없음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에 대한 해고가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위법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의 렌터카 업체 계약 관련 배임, 폐기물 업체 대금 횡령, 업무 자료 무단 삭제 및 반출 시도, 대기발령 중 회사 무단 침입 행위 등을 중대한 비위 행위로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피고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되며, 징계 처분이 회사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기발령 역시 당시 상황과 취업규칙에 비추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규정된 해고사유 서면 통지의 절차적 정당성,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 그리고 사용자의 징계 재량권 남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신중하게 해고를 결정하고, 근로자가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해고 통지서에 해고사유가 다소 축약되어 있더라도, 근로자가 이미 구체적인 사유를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절차적 위법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그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법원은 해당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해당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노사 간 및 근로자 상호 간 신뢰 관계 유지, 안정적인 기업 경영과 질서 유지, 기업의 위계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합니다. 해고의 정당성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에게 증명 책임이 있으며,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닌 경험칙에 비추어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징계 재량권의 범위: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어떤 징계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인 사용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봅니다. 또한,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 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징계 처분 시에는 징계사유의 내용과 성질뿐만 아니라 피징계자의 평소 소행, 근무 성적, 과거 전력, 징계사유 발생 이후의 비위 행위 등도 징계 종류 선택의 자료로 참작할 수 있습니다.
대기발령의 적법성 판단 기준: 기업의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에 속하며,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됩니다. 대기발령의 적법성은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교량, 그리고 대기발령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근로자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징계 처분이 정당한지는 절차적 적법성 뿐만 아니라 징계사유의 실체적 정당성, 징계 양정의 적절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근로자가 징계 사유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징계 여부 판단은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으며, 법원은 이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업무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거나 삭제하는 행위는 회사의 업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중대한 비위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대기발령은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며, 징계 회부 등의 사유로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징계 사유가 여러 개 있는 경우,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인정되는 사유들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따라 동일한 종류의 징계(예: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