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운전자 A씨가 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무단횡단하던 7세 어린이 E양을 차로 치어 상해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로 기소되었으나, 사고 당시 영상 증거 등을 토대로 A씨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20년 2월 7일 오전 10시 25분경, 피고인 A씨는 서울 송파구 C 아파트 D동 부근 도로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운전하여 좌회전을 마치고 있었습니다. 당시 교차로 전방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피고인 A씨의 차량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을 때 7세 피해자 E양이 반대편 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E양의 왼쪽 발등이 피고인 A씨 차량의 왼쪽 앞바퀴에 밟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E양은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왼쪽 제3중족골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 A씨가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한 과실로 사고를 냈으며, 사고 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운전자 A씨에게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실로 인해 피해자 E씨가 상해를 입었는지가 주요 판단 요소였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제기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현장 영상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피해자 E양이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를 지난 직후 반대차로에서 중앙선 너머로 갑자기 뛰어오다가 차량에 치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사고 경위로 볼 때 피해자의 상해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 조항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등의 판결):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운전자 A씨의 업무상 과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이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명책임의 원칙(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음)'이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이 조항은 '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판결확정 후 지체 없이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 수용한다. 다만,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본 판결에서는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죄 판결의 경우 피고인의 명예를 보호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낙인을 방지하기 위해 판결의 요지를 대중에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전방 주시 의무를 항상 가지고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무단횡단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운전자의 과실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과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돌발 행동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더라도 학교 주변이나 주거지 근처 등 어린이 통행이 잦은 곳에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 서행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반드시 즉시 정차하여 부상자 구호 및 신원 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뺑소니(도주치상) 혐의로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사례와 같이 운전자에게 사고 발생의 주된 과실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뺑소니 혐의 또한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와 같은 객관적인 증거는 사고 경위와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항상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