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재단법인 D의 이사장, 부이사장, 총무담당 이사 및 청산인으로 재직하던 피고인 A, B, C는 정부의 철도산업구조개혁 방침에 따라 비영리 재단법인 D를 주식회사 E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재단법인 D의 자산을 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재단법인 D의 잉여자산을 줄이고 임직원들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37억 6천만 원이 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했습니다. 이 특별상여금은 급여규정에 근거가 없었고, 일부는 이사회 결의나 감독기관 보고 없이 지급되었으며, 일부는 주식회사 E의 설립자본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주식회사 E에 영업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재단법인 D가 받아야 할 양도대가를 정확히 산정하지 않아, 설계·감리용역 채권 약 23억 2천만 원을 누락시키고 토지 및 건물의 가액을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액보다 약 12억 3천만 원 낮게 평가하여 총 35억 5천만 원 상당을 덜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은 재단법인 D에 총 73억 원이 넘는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임직원들과 주식회사 E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및 공단화 방침에 따라 비영리 재단법인 D는 주식회사 E로 법인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단법인 D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주식회사 E에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영업양도·양수 계약이 체결되었고, 양도대가는 재단법인 D의 총자산가액에서 총부채가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약정되었습니다. 재단법인 D의 이사회 임원 및 청산인이었던 피고인들은 재단법인 D의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법인 D의 잔여 재산을 줄이고 임직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동시에 주식회사 E에 많은 자산을 넘겨주기 위해 부당한 행위들을 계획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급여 규정에 없는 특별상여금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영업양도 시 재단법인 D가 받아야 할 채권을 누락하거나 부동산을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여 손해를 발생시켰습니다.
비영리 재단법인의 임원 및 청산인들이 법인 전환 과정에서 규정에 없는 특별상여금을 임직원에게 지급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영업양도 시 채권 누락 및 부동산을 과소평가하여 양도대가를 덜 받은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여러 배임 행위들을 포괄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 B, C에게 각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각 3년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재단법인 D의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및 청산인으로서 재단법인 D의 자산을 성실히 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별상여금 지급은 급여규정에 근거가 없었고, 일부는 이사회 결의나 감독기관 보고 없이 진행되었으며, 비영리법인의 재산분배금지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특별상여금 지급의 주요 목적이 피고인들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영업양도 시 채권 누락과 부동산 과소평가를 통해 주식회사 E로부터 양도대가를 적게 받은 것은 재단법인 D에 손해를 가하고 주식회사 E에 이익을 준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재단법인 D가 주식회사 E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단일한 범의 아래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라고 보아 포괄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보다는 재단법인의 경영 합리화를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받은 특별상여금 전부를 기부한 점, 철도산업 발전에 헌신한 점, 초범이며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참작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재단법인 D의 임원들이 법인 전환 과정에서 저지른 업무상 배임 행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업무상 배임죄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뢰 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배임의 의도(고의)는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신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며, 직접적으로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재단법인 D의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및 청산인으로서 재단법인 D의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규정에 없는 특별상여금 지급, 채권 누락, 부동산 과소평가 등의 행위는 이러한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일반 형법상의 배임죄와 달리, 배임으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 또는 발생한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하는 법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별상여금으로 인한 손해액 약 37억 6천만 원과 채권 누락 및 부동산 과소평가로 인한 손해액 약 35억 5천만 원을 합하여 총 배임액이 73억 원이 넘어 이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3. 포괄일죄 여러 개의 범죄 행위가 하나의 피해 법익을 침해하고, 범죄의 형태가 동일하며, 단일한 범행 의도 아래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졌을 때, 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범죄로 간주하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특별상여금 지급과 자산 저가 평가 행위가 비록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재단법인 D의 임직원 이익을 도모하려는 단일한 목적 하에 법인 전환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로 보아 포괄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배임죄의 일죄로 인정했습니다.
4. 비영리법인의 재산분배금지 원칙 (민법 제80조 제2항) 비영리법인은 그 설립 목적상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며, 법인의 재산을 구성원에게 임의로 분배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재단법인 D는 비영리법인으로서, 내부 규정에 근거 없이 대출까지 받아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행위는 이러한 비영리법인의 본질적 속성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5. 건설교통부장관 및 철도청장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7조 비영리법인의 중요한 사항(정관 변경, 임원 변경, 재산 처분 등)에 대해 주무관청(이 사건에서는 구 철도청)에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이 특별상여금 지급 규정 신설 및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해 감독기관에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법인 전환이나 합병과 같이 법인의 구조가 변경되는 중대한 상황에서는 자산 평가 및 재산 처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채권, 부동산 등 주요 자산의 가액을 산정할 때는 한국감정원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객관적인 감정평가를 거쳐야 하며, 특정 세법상의 기준이나 개별공시지가 등 실제 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습니다.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퇴직금 외의 특별한 금전 지급은 반드시 법인의 정관, 급여규정 등 내부 규정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사회 결의, 감독기관 보고 등 관련 법령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규정에 없는 금전 지급이나 절차적 하자는 추후 업무상 배임죄 등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영리법인은 그 특성상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할 수 없다는 '재산분배금지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법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비영리법인의 본질에 반하며,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법인의 임원이나 청산인은 본인(법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이 임무를 위배하여 법인에 손해를 끼치고 자신이나 제3자가 이득을 취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인 전환과 같은 중대한 결정 과정에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복잡한 법인 전환, 자산 평가, 재산 처리 과정에서는 반드시 독립적인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모든 절차를 투명하고 적법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본인의 이익을 위했다'는 주장이 반드시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인지하고 자신이나 제3자가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