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망인이 실적 부진 압박, 인사이동 통보, 인원 감축 지시 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해행위 후 사망하자,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망인이 고충처리 절차를 이용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회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하고 유족들에게 일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망인은 2013년부터 피고 회사 전자제품 판매장의 지점장으로 근무했습니다. 2016년 3월 영업점의 폐점 계획, 6월 거주지에서 먼 타 지점으로의 인사발령 계획 통보(망인은 징계 또는 퇴직 권고로 받아들였고 가족 반대로 이동하지 않음), 6월 재고조사 후 징계 예상, 6월 인원 감축 지시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특히 자해행위 직전인 8월에는 상무로부터 영업 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과 욕설을 들었다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하소연했습니다. 망인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회사 생활.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죽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6년 8월 6일 자택에서 자해행위를 하여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가 2018년 5월 10일 사망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자해행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유족급여 등을 지급했습니다.
회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 및 스트레스가 직원의 자해 및 사망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와, 회사에게 직원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또한 그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 A에게 12,000,000원, 원고 B와 C에게 각 43,200,702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8년 5월 10일부터 2021년 9월 8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의 4/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자해행위가 극심한 과로 및 업무상 스트레스 노출의 지속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망인이 고충처리 채널을 이용하지 않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인적 요인도 있었음을 고려하여 회사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는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기 지급된 유족급여 등이 공제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용자의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주된 법리로 다루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법원은 망인에게 단기간에 큰 업무적 압박이 가해져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주변 직장 동료들도 망인의 스트레스 상황을 알고 있었던 점을 들어 피고 회사가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이 망인의 자해행위를 극심한 과로 및 스트레스 노출의 지속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도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 발생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그 이유는 망인이 회사의 고충처리 채널을 이용하거나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 판매 실적 압박이 동종 직업의 불가피한 스트레스 요인이며 망인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과 기질 등 내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 상무의 괴롭힘이나 폭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회사의 과도한 업무 압박이나 괴롭힘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여 자해나 자살로 이어진 경우, 가족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괴롭힘에 대한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문자 메시지, 이메일, 일기,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 둘째, 회사의 공식적인 고충처리 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가족이나 동료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기록도 나중에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셋째, 스트레스와 질병, 또는 자해행위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기록이나 의학적 소견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는 것은 회사 책임 입증에 매우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법원은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직원의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고충처리 절차 미이용 등을 이유로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