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 일가의 비정상 급여, 주식 거래 및 차명 약국 운영 사건

L그룹 회장 K(재판 중 사망)와 K의 재산관리인인 피고인 A은 공모하여 D㈜에 다음과 같은 손해를 끼쳤습니다.

1. 2009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K의 어머니 E(당시 80세 고령)에게 실제 근무 없이 명목상 직책만 부여하고 총 11억 5,93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2. 2009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M 일가의 묘지 관리인 F에게 실제 근무 없이 총 4억 4,133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3. 2014년 8월 27일 K의 자녀 3인의 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D㈜로 하여금 비상장 주식 71,880주를 주당 24만 7,796원(총 178억 1,157만 6,480원)의 고가에 매입하게 하여 D㈜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습니다.

또한, K와 피고인 A, B, C는 공모하여:

1. 2000년 8월경부터 피고인 C의 약사 면허를 이용해 G병원 옆에 'H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여 약사법을 위반했습니다. K 측이 약국 운영 수익의 70~80%를 가져가고 피고인 B, C 측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2. 위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하여 개설되었음에도 정상적인 약국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하여 200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1,522억 165만 4,010원을 편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 피고인 B에게 징역 3년, 피고인 C에게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에 대한 중개수수료 수취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J에 대한 급여 지급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는 증명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D 자사주 매입 관련 업무상배임 혐의는 손해액 증명 부족으로 '이유 무죄' 판단을 받았으나, 유죄로 인정된 다른 죄와 일죄 관계에 있어 주문에서 별도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인 K (L그룹 회장):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피고인 A과 함께 범행을 주도했으나 재판 중 사망하여 공소기각되었습니다.
• 피고인 A (L그룹 고위 임원 및 재산 관리자): K의 지시를 받아 D㈜의 부실 운영, 고가 자사주 매입, 차명 약국 운영 등 여러 범행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관리했습니다.
• 피고인 B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아내인 피고인 C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고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하며 피고인 A 측에 약국 수익의 대부분을 제공했습니다.
• 피고인 C (약사): 자신의 약사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하며, 약국 수익의 대부분이 피고인 A 측에 전달되는 것을 묵인했습니다.
• 망인 E (K의 어머니, D㈜의 명목상 임원): 실제 근무 없이 D㈜로부터 급여를 수령한 피해자입니다.
• F (K 일가의 묘지 관리인, D㈜의 명목상 직원): 실제 근무 없이 D㈜로부터 급여를 수령한 피해자입니다.
• U, V, W (K의 자녀 3인): K로부터 N 주식을 증여받고 D㈜에 D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여 이득을 취했습니다.
• D㈜ (L그룹 계열사): K와 A의 지시로 실제 근무 없는 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K 자녀들의 자사주를 고가에 매입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사법을 위반하여 개설된 약국으로부터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받아 지급하여 손해를 입었습니다.
• AI (이 사건 약국 초기 동업 약사): 피고인 C와 함께 약국 운영에 참여했으나 피고인 A 측의 지시로 동업 관계를 중단했습니다.

분쟁 상황

L그룹의 회장 K는 그룹 내 여러 계열사 및 학교법인 이사장직을 겸하며 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고, 피고인 A은 K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회계사로서 K의 재산 관리를 전담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수행하며 K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K는 자신의 어머니, 묘지 관리인 등에게 D㈜의 명의로 실제 근무 없이 급여를 지급하여 회사의 자산을 유용했습니다. 또한, K는 자녀들에게 증여한 N 주식과 관련된 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D㈜로 하여금 자녀들이 보유한 비상장 D 주식을 주당 24만 7,796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하도록 지시했고, 피고인 A은 이를 실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법률 자문을 받아 거래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려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K 자녀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주식 수량 및 가격이 결정되었고, 회사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G병원 원내 약국 운영이 어려워지자, K는 G병원 인근 D㈜ 소유 건물에 약국을 개설하여 차명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취득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K와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약품 도매업자)와 피고인 C(약사, B의 아내) 부부를 약국 운영자로 선정하고, 피고인 C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게 했습니다. 약국 운영 수익의 대부분(70~80%)은 K 측에 귀속되고, 피고인 B, C 측은 나머지 수익을 취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약국이 운영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사법을 위반하여 무자격자가 약국을 개설·운영했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정상적인 약국인 것처럼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2001년 1월 26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총 1,522억 165만 4,010원의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편취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투자' 또는 '사례금'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피고인들의 임무 위배 행위 및 기망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핵심 쟁점

1. 기업 총수 일가와 관련하여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가 업무상 배임 및 횡령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무자격자가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편취한 행위가 약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3. 회사 이사의 임무 위배 판단 기준 및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 특히 비상장 주식의 고가 매입 시 적정 가격 산정 방법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4. 약사법 위반 판단 기준, 특히 약사 아닌 자가 약국 운영에 '주도적인 입장'에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5. 다수 피고인 간의 공모 및 각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책임 범위 또한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C에게는 징역 3년과 함께 4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선고를 내렸습니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I 등 중개수수료 수취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과 J에 대한 급여 지급에 의한 D 가공 급여지급 관련 업무상 배임의 점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무죄 부분에 대한 판결의 요지는 공시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L그룹 회장 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기업 자산 유용 행위와 약사 면허 대여를 통한 불법 약국 운영 및 건강보험 재정 편취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특히 약사법 위반과 관련된 사기죄에 대해 국민보건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여 엄중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비록 일부 배임 혐의(중개수수료 수취, J 급여)에 대해서는 증명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전체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특수관계인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피고인 C는 약사 면허를 대여했으나 약국 운영의 주도성이 피고인 B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볍고 초범이라는 점 등이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사기 및 배임)​ 이 법은 특정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건전한 경제 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사기죄의 경우,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가중 처벌되며, 50억 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의 약국 운영을 통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편취액이 1,522억 원에 달하여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배임죄의 경우, 회사 재산에 손해를 가한 금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가중 처벌됩니다. 본 사건의 명목상 급여 지급 및 자사주 고가 매입이 이에 해당합니다.
2. 형법 제356조 (업무상 배임) 및 제355조 제2항 (배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 A과 망인 K는 D㈜의 대표이사 또는 회장으로서 회사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습니다. 특히 이사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는 임무 위배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약사법 제20조 제1항 (약국 개설등록) 및 제93조 제1항 제2호 (벌칙)​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 C의 약사 면허를 빌려 K와 A가 실질적으로 약국을 운영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약사법 위반 판단에 있어 '누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약국의 개설·운영 업무를 처리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4.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K와 피고인들 간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어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5.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한정합니다. 약사법을 위반하여 부당하게 개설된 약국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으므로,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6. 배임죄의 '임무 위배' 및 '재산상 손해' 판단 기준 배임죄의 '임무 위배'는 형식적인 법령 위배뿐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통상의 사무 집행 범위를 일탈했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재산상 손해'는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7. 주식회사의 이사의 의무 이사는 회사에 대해 법령과 정관에 따라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합니다. 주주총회 결의가 있더라도 그 내용이 회사에 불법적인 손해를 끼치는 목적이라면 이사는 이를 맹종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 사항

1.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 기업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시 더욱 엄격한 법적 절차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형사 처벌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거래는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2. 명의 대여의 위험성: 약사, 의사 등 전문 자격이 필요한 사업의 경우, 무자격자가 명의를 빌려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해당 법규(약사법, 의료법 등) 위반이며, 이를 통해 정부나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는 사기죄로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3. 회계 처리의 중요성: 급여 지급, 자사주 매입 등 회사의 자금 흐름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객관적인 기준과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임직원에 대한 급여 지급이나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특수관계인의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는 회사의 손해를 야기하며 업무상 배임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4. 내부 고발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범행 인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기업 내부의 불법 행위를 인지했을 경우 용기 있는 고발은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내부 고발은 불법 행위를 방지하고 기업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5. 주식 평가의 객관성: 비상장 주식 거래 시에는 객관적인 주식 가치 평가를 통해 공정한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고가로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독립적인 평가 기관의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