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피고인 A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생 절차를 진행하며 외부 자문 업체 M과 자문용역 합의를 맺고 총 30억 원을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와 법원의 허가 없이 과도한 자문료를 M에 지급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M에 이익을 주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회사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고 자율적 회생 절차를 성공시키기 위한 경영상 판단의 일환이었으며, 실제로 M을 통해 투자자 유치 및 긴급 운영자금 조달 등 지원을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피해회사는 2022년 B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36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에 피고인 A 대표이사는 회사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한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같은 시기 B캐피탈은 L을 통한 P-Plan(Pre-packaged Plan) 방식의 회생 절차를 신청하여, 피고인이 주도하는 ARS 회생 절차와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M이라는 자문 업체를 통해 360억 원의 투자 유치 확약을 받고, 회생법원에 자금 증빙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M에 2차례에 걸쳐 총 30억 원의 자문용역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이 지출은 회사의 이사회 결의나 회생법원의 보전처분 허가를 거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행위를 피고인의 업무상 임무 위배와 배임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사회 결의나 법원의 허가 없이 외부 자문 업체에 거액의 자문 수수료 30억 원을 지급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피고인에게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제3자인 자문 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주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지급된 자문 수수료가 경영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인 수준이었는지, 자문 업체가 약정된 용역을 실제로 수행했는지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오로지 자신의 경영권 보전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회사의 회생과 이익을 위한 최선의 경영상 판단이었는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M과 자문용역 합의를 체결하고 30억 원을 지급할 당시, 피고인 자신이나 M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형법상 배임죄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는 특별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회사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제3자에게 이익을 주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자신이나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임무 위배'는 경영 상황, 회사의 목적,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며, 특히 경영자의 '고의' 유무가 범죄 성립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경영상 판단에 대한 배임죄 고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따르므로,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 추구 의도 없이 선의로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 실패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배임의 고의는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 하의 '의도적인 행위'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될 때만 인정되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회생절차 중 보전처분 위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를 금지하는 보전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처분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행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으며, 민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절차 위반 사실만으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의 경영 위기 상황에서 경영자가 내린 판단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더라도,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임죄의 고의는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의도적 행위'가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될 때만 인정되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고 법원의 보전처분이 내려진 경우, 회사의 재산 처분 행위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없이 이루어진 행위는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이러한 절차 위반 사실만으로 곧바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자금 지출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당시 회사의 긴급한 상황, 이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동의 또는 해당 행위가 회생 절차 진행에 필수적이었다는 점 등 제반 사정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 역시 배임의 고의를 직접적으로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문 수수료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과도해 보일지라도, 회생 위기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높은 비용이 수반될 수 있으며, 자문 용역의 실질적인 이행 여부와 그로 인한 회사의 이익 기여도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회사에 더 유리한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를 배임의 고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영자는 여러 대안 중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