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액화석유가스(LPG) 용기를 제조하는 A 주식회사가 제조 공정상의 결함으로 인해 생산한 용기에 핀홀 등의 문제가 발견되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해당 용기들에 대한 회수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회수 명령이 과도한 부담이며 비례의 원칙과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공공의 안전을 위한 회수 명령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5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제조한 액화석유가스(LPG) 용기에서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핀홀 등 기공 결함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가스 누출로 이어져 화재나 폭발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보고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의거하여 A 주식회사에게 해당 기간에 생산된 모든 용기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명령이 실행될 경우 약 23억 원에서 27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회수 비용으로 인해 경영상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폐업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연 매출 약 5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과도한 부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국내 유일의 고압가스용기 생산 업체인 자신들이 폐업할 경우 고압가스용기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되어 공익을 저해할 것이며, 결함이 제조 과정이 아닌 사용이나 운반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며 회수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A 주식회사에 내린 액화석유가스용 용기 회수 명령이 행정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남용한 것인지, 특히 비례의 원칙과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액화석유가스용 용기 회수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A 주식회사가 제기한 회수명령 취소 청구 소송은 최종적으로 기각되었으며, A 주식회사는 결함이 있는 액화석유가스용 용기들을 회수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인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제18조 제3항: 이 법 조항은 유통 중인 용기 등에서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명백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 긴급하게 회수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해당 용기 등의 제조자 또는 수입자에게 회수 등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통해 고압가스 용기 제조자에게 안전성을 갖춘 용기를 제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하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에 대한 책임을 제조업체가 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비례의 원칙: 행정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를 판단할 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처분 사유인 위반 행위의 내용,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 그리고 이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객관적으로 비교 형량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나 폭발 위험성 제거라는 공익이 제조업체의 회수 비용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여, 회수 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A 주식회사의 특정 기간 불량률이 현저히 높았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3. 자기책임의 원칙: 이는 근대법의 기본 이념으로서, 자기가 결정하거나 결정할 수 있었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용기의 핀홀 결함이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인정하고, 이는 제조자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제조업체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사용이나 운반, 재검사 과정에서 결함이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제조 시부터 결함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므로, 제조 과정상 의무 위반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4.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 판단 시점: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해당 처분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이는 처분 당시의 법령과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의미이며, 처분 당시 행정청이 알았던 자료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처분 당시 존재했던 객관적 사실을 확정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처분 이후 추가로 집계된 불량 용기 데이터(2021년 6월 기준)도 처분 당시의 객관적 사실을 확정하는 자료로 활용되어 회수 명령의 정당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제조업체는 제품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특히 고압가스 용기와 같이 공공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경우 더욱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품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 공공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경우, 제조 과정상의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설령 회수 비용이 막대하더라도, 인명 피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공익적 가치가 제조업체의 경제적 손실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시기와 다른 제조업체의 불량률과의 비교를 통해 해당 제조업체의 제조 공정상 결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제조 과정에 대한 철저한 기록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용기 표면에 주의사항을 표기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완전히 방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재검사나 사용자의 주의에 의존하기보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잠재적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안전 관리 방법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