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C파일 제조사들의 가격 및 물량 담합 과징금 판결

PHC파일 제조업체인 A 주식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약 51억 6,5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 주식회사를 포함한 24개 PHC파일 제조사들이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약 9년간 PHC파일의 판매가격 인상 및 유지, 생산량 감축, 순번제 방식의 물량 배분 등을 합의하여 실행한 것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담합 기간이 잘못 산정되었고, 특정 제품(초고강도 파일, 선단확장파일) 및 계약 유형(연간 단가 계약, 수의계약)의 매출액이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하며, 계열회사에 대한 매출액 포함은 이중 제재이고,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모든 주장을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PHC파일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원고 등 24개 PHC파일 제조·판매 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한 기관입니다.
• 원고 등 24개사 (주식회사 C 등 23개사 및 원고): PHC파일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들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PHC파일 판매가격 인상 및 유지, 생산량 감축, 순번제 물량배분 합의에 참여했습니다.
• 이 사건 대중견기업들 (O, F, T, U, X): PHC파일 시장의 상위 5개 주요 사업자로, 공동행위 기간 동안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 AB단체: 건설 도급 순위 50위 이내의 대형 건설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단체로, PHC파일의 주요 수요자입니다.
• AC 협의회 및 BE 협의회: PHC파일 제조사들이 AB단체와 가격 협상을 위해 구성한 협의회입니다.
• AD조합: PHC파일 관련 사업자들이 소속된 조합입니다.

분쟁 상황

PHC파일(원심력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은 아파트 건설 현장의 연약 지반 보강 등 기초 공사에 주로 사용되는 건축 재료입니다. 이 제품은 내수 산업의 특성을 가지며, 운송비 비중이 높고 생산 설비 및 야적 공간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제품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 가격이 주요 경쟁 요소로 작용합니다. 원고 A 주식회사 등 24개 PHC파일 제조·판매 사업자들은 2008년 4월 1일부터 2017년 1월 11일까지 약 9년간 국내 민수 PHC파일 판매시장에서 공동 행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협의체 모임(대표자급, 임원급, 실무자급 회의 및 전국 협의체)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은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했습니다:

• 가격 합의: PHC파일의 기준가격표상 기준가격(톤당 137,000원에서 159,000원, 이후 173,300원, 185,400원 등으로 인상) 및 단가율(60~67%)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유지했습니다. 웰딩조인트 가격도 인상했습니다.
• 생산량 감축 합의: PHC파일 시장의 공급 과잉이 우려될 때 토요 휴무제 도입 및 가동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매월 업체별 생산량, 출하량, 재고량 실적을 공유하며 재고 수준을 점검했습니다.
• 물량 배분 합의: 민수 PHC파일 입찰 건에 대해 순번제 방식으로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제조원가 이하의 투매 행위를 방지하고 공동 결정된 기준가격표 및 단가율을 준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합의된 순번에 따라 최저가 투찰자를 정하고, 후순위 업체들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낙찰을 유도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및 제3호(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공동행위가 효율성 증대 효과는 없고 경쟁 제한 효과만 발생하는 경성 담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51억 6,5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처분에 불복하여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 처분 사유의 일부 부존재: 원고가 회생 절차 중이던 2010년 5월부터 2011년 10월까지는 담합에 가담하지 않았고, 대형 건설사 단체(AB단체)와의 가격 합의가 있던 2012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는 담합의 영향이 없었으며, 담합 참여 기업 간 갈등으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담합이 단절되었고, 검찰 수사 및 형사 사건으로 2016년 5월 또는 10월경 담합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관련 매출액 산정의 위법: 초고강도 파일, 선단확장파일, 연간 단가 계약 및 수의계약에 의한 매출액, 계열회사(T)에 대한 매출액은 담합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므로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피고가 다른 사업자들에게는 추가 감경을 해주었음에도 원고에게는 해주지 않았고, 원고의 재정적 어려움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과징금이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가 회생절차 기간 중에도 담합에 가담했는지 여부, 대형 건설사 단체(AB단체)와의 가격 합의 기간 동안에도 담합이 지속되었는지 여부, 담합 참여 기업 간 갈등으로 인한 '담합 중단'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 검찰 수사 및 형사사건 발생 후에도 담합이 지속되었는지 여부, 초고강도 파일 및 선단확장파일 매출액을 담합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연간 단가 계약 및 수의계약에 따른 매출액을 담합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계열회사(T)에 대한 매출액을 담합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이 이중 제재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의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기업의 담합 행위, 특히 가격 결정, 생산량 조절, 물량 배분 등 경성 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의 정당성을 재확인했습니다. 법원은 담합 참여 기업의 내부 사정(회생절차, 내부 갈등)이나 외부 협상(수요자 단체와의 합의), 외부 수사(형사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담합의 실질적인 종료 의사 표시나 행위가 없었다면 담합이 계속 유지된다고 판단했으며, 관련 매출액 산정의 범위도 폭넓게 인정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시 기업들이 받게 될 제재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또는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든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 제1호: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 제3호: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 설명: 이 사건에서 PHC파일 제조사들은 기준가격 및 단가율 합의(가격 결정), 생산량 감축 합의(생산 제한), 순번제 물량 배분 합의(거래 제한) 등을 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했습니다. 법원은 합의에 명시적인 것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되며,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실제 행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법성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21조 (시정조치)​:
  •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게 해당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 등을 명할 수 있습니다.
  • 설명: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행위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22조 (과징금)​:
  •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 설명: 담합은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법령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및 [별표 2]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 과징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위반행위 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 설명: 법원은 관련 매출액 산정 시, 담합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닌 상품이라 할지라도 담합의 영향을 받는다면 관련 상품으로 보아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연간 단가 계약이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의 매출도 담합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되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됩니다. 모회사-자회사 간 거래라 할지라도 담합 공동행위에 다른 사업자가 참여했다면, 각 회사를 독립적인 거래주체로 보아 매출액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 담합 행위의 종료 기준:
  • 일부 사업자가 담합을 종료하려면 다른 사업자에게 탈퇴 의사를 명시적으로 알리고,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모든 사업자에 대한 담합 종료는 합의 파기 또는 반복적인 가격 경쟁 등으로 사실상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일정 기간 계속되어야 합니다.
  • 설명: 원고는 회생 절차, 내부 갈등, 외부 수사 등을 이유로 담합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담합 종료의 명확한 증거나 행위가 없었으므로 담합이 지속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심사:
  • 과징금 부과 처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 행위에 해당하며,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을 심사합니다.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등이 판단 대상이 됩니다.
  • 설명: 법원은 이 사건 과징금 부과가 위반 내용과 결과, 강제성, 취득 이익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 고시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의 재정적 어려움 등의 주장만으로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 담합 탈퇴 의사 명확화: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참여 사업자들에게 탈퇴 의사를 명확하게 알리고,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독자적인 행위를 실제로 해야 합니다. 단순히 모임에 불참하거나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담합에서 탈퇴했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 담합 기간의 포괄성: 회생 절차나 기업 간 내부 갈등, 또는 외부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합의가 실질적으로 파기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담합 행위는 지속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담합의 의사가 단절되지 않고 유지되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 관련 매출액의 광범위한 인정: 담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특정 상품(예: 초고강도 파일, 선단확장파일)이라 할지라도, 담합 대상인 주력 제품의 가격에 연동되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계약 방식에도 담합 적용 가능성: 연간 단가 계약이나 수의계약처럼 개별 협상이 이루어지는 방식의 판매라 할지라도, 담합 참여 기업들이 합의된 가격 기준이나 물량 배분 순번을 준수하도록 공조했다면, 해당 매출액은 담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계열회사 거래도 담합 관련 매출액 포함 가능: 모회사와 자회사는 법률적으로 별개의 독립된 거래 주체로 간주되므로, 계열회사 간의 거래라 할지라도 다른 사업자가 참여한 담합 행위의 영향을 받았다면 관련 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이중 제재로 보지 않습니다.
• 과징금 감경 요건: 과징금 부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속하지만,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시장 불황 등은 과징금 감경 사유로 참작될 수 있으나, 현실적인 과징금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감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조사 협력 등은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합의의 실현 여부: 담합은 합의만으로 성립하며,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반드시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가 있었고 그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인정된다면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