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수기 등 가전제품의 설치, 애프터서비스(AS), 판매 업무를 수행한 엔지니어들이 회사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은 엔지니어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인 환송 전 이 법원은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여 퇴직금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때 평균임금 산정 시 설치/AS 수수료는 포함했지만 판매 수수료는 제외했습니다. 대법원은 판매 수수료 역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사건 중 엔지니어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최종적으로 환송 후 고등법원에서는 판매 수수료를 포함한 퇴직금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원고 엔지니어들은 피고 B 주식회사와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의 설치, AS, 유지관리, 판매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사업자로서 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엔지니어들은 피고의 AD팀이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매니저나 C(총괄관리자)를 통해 업무 배정, 교육, 성과 관리, 근태 지침 등 상당한 지휘와 감독을 받았습니다. 고객으로부터의 서비스 요청도 피고의 시스템을 통해 배정되거나, 직접 요청받은 경우에도 피고에 보고 후 처리해야 했습니다. 피고는 엔지니어들의 용모, 복장, 서비스 지침 등을 마련하고, 불만 접수 시 경고 및 교육을 하는 등 실질적인 통제를 행사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피고로부터 수수료를 주된 수입으로 얻었으며, 다른 사업을 병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엔지니어들은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피고는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와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한 엔지니어들이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설치 및 AS 수수료뿐만 아니라 판매 수수료도 포함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엔지니어들이 피고 회사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법원 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판매 수수료 또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하여 퇴직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청구금액표에 기재된 각 원고별 '청구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2021년 11월 11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정수기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형식적인 위탁계약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이들이 받은 판매 수수료 역시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인정되어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습니다. 이는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 위탁계약 관계에 있는 다른 직종의 근로자성 인정 및 퇴직금 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합니다. '종속적인 관계'는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지휘, 감독하는지, 근무시간 및 장소를 지정하는지, 스스로 비품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는 등 독립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있는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 적용 여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등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사용자가 경제적 우월적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취업규칙 적용 여부, 기본급 유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 등은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2. '임금' 및 '평균임금'의 산정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합니다.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해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금품 지급 의무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6157 판결 등). 본 사건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받은 설치/AS 수수료뿐만 아니라 판매 수수료 또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 감독 하에 이루어진 근로 제공의 대가이며,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었으므로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근로자의 의도적인 행위로 퇴직 전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실적을 올려 퇴직금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면, 그러한 의도적인 행위 직전 3개월 동안의 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다72519 판결 참조).
3. 퇴직금 지급 의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근로기준법 제36조) 사용자는 1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가 퇴직하는 경우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4. 퇴직금 지연이자 (근로기준법 제37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연일수에 대하여 연 20%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법령에 따른 제한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임금 또는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 하급심에서 사용자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가 상급심에서 뒤집힌 경우)에는 연 6% (상법상 연 이율)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
특정 업체에 대한 전속성(주된 수입원 여부, 다른 사업 겸직의 어려움)이 높을수록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쉽습니다. 다른 소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미미하거나 부수적인 것이라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