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이 사건은 남편이 배우자인 아내가 무단 가출할 경우 거액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한 후 다시 가출하자 각서 내용을 근거로 거액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아내의 추완항소를 적법하다고 인정한 후, 해당 각서가 아내의 소득과 재산 수준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지 않고 남편 또한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아내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며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1993년에 혼인했습니다. 아내는 2003년, 2012년, 2017년에 세 차례 무단 가출을 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2017년 마지막 가출 후 귀가하자 남편은 아내에게 2일 이상 무단 가출 시 4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 작성을 요구했고, 아내는 이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각서 작성 두 달여 만인 2018년 1월, 아내는 다시 가출하여 귀가하지 않았고, 이에 남편은 각서 내용을 근거로 40억 원의 약정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에서는 남편의 청구가 전부 인용되었으나, 아내는 공시송달로 인해 제1심 판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이후 추완항소를 제기하며 각서의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배우자가 작성한 거액 지급 약정 각서가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그리고 공시송달로 인한 제1심 판결을 뒤늦게 알게 된 피고의 추완항소가 적법한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가 공시송달로 인해 제1심 판결 내용을 알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이혼 소송 관련 소장을 송달받으면서 판결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2주일 이내에 제기된 추완항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각서의 효력에 대해, 각서 작성 당시 피고의 연 소득이 약 4천만 원 정도였고 원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는 점, 2일 이상의 무단 가출 시 4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피고의 소득 수준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는 점, 혼인 기간 동안 피고의 수입 대부분을 원고가 관리했고 원고 명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피고의 수입으로 증식되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각서 작성 당시 피고가 다시 가출하더라도 약정금을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각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가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요구한 것이고, 피고는 실제로 40억 원을 지급할 의사 없이 가출하지 않고 가정생활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상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7조 제1항의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며, 상대방인 원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7조 제1항 (비진의 의사표시)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진심이 아님을 알면서도 특정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라도, 일단 그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하지만 의사표시를 받은 상대방이 그 의사표시가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아내가 실제 4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진심이 없이 각서를 작성했고, 남편 또한 아내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할 때 40억 원을 지급할 의사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아 해당 각서 내용을 비진의 의사표시로 판단하여 무효로 인정했습니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원인) 이 법 조항은 배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혼 사유가 있을 때 재판을 통해 이혼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부부 사이에 작성된 재산 관련 각서는 그 법적 효력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서가 작성된 구체적인 경위, 내용의 합리성, 각서 작성 당시 당사자들의 실제 재산 상태 및 소득 수준, 그리고 각서에 담긴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효력이 결정됩니다. 만약 각서의 내용이 특정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을 현저히 초과하는 과도한 금액을 약정하는 것이라면, 실제 그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진정한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상대방 배우자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해당 각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 간주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 간의 분쟁 상황에서 각서를 작성할 때는 현실적인 이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감정적으로 작성된 과도한 내용의 각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