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3, 4급 근로자들이 공공기관의 정년연장과 함께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및 퇴직금과의 차액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와 연령차별금지 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상 하자가 없었고,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령의 취지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 및 촉진을 위한 합리적인 조치이므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정부는 2015년경 공공기관에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 근로자 인건비 부담 완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의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운영했습니다. 원고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3, 4급 근로자들로서 1958년 및 1959년생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2016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임금이 감액되었음에도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과 동일한 보직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임금 감액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체결한 1, 2차 노사합의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임금이 감액되어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선정당사자)들 및 원고 D의 모든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입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필요한 조치로 보았고, 고령자고용법에서 규정하는 연령차별의 예외 사유(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임금피크제 시행이 법정 정년 의무화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임금체계 개편으로 정년 연장으로 인해 원고들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으므로,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하며, 근로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이전과 단순 비교하여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취업규칙 변경 절차):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의 절차적 적법성을 판단하는 데 이 규정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습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연령차별금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등 고용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연령차별의 예외):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보지 않습니다. 법원은 정년 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나 재고용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하여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 및 안정에 기여한다면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 및 제19조의2 제1항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며,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를 이러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보았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및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법원은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예: 법정 정년 연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의 임금 차이가 반드시 이 원칙 위반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조 (노조 조합원의 차별 금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연령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고 측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이 조항 위반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에서 언급된 고령자고용법상 예외 사유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고용보험법 제23조, 시행령 제28조, 제28조의2 (임금피크제 지원금):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시행 시 임금이 감소한 근로자에게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의 법적 근거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정부 지원금 제도가 임금피크제의 도입 취지와 합리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노사합의의 중요성 이해: 임금피크제와 같은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은 노동조합과의 합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 사례에서처럼 노조 규약에 따른 공고 기간 위반이 주장되더라도, '쟁의 등 긴박한 상황' 조항이 있거나 조합원들이 임금피크제 내용과 장단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면 절차상 하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령차별금지 원칙의 예외 확인: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은 금지되지만, 고령자고용법은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 조치(예: 정년 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를 연령차별의 예외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과 같은 고령자 고용 안정 조치와 연계되어 있다면, 단순히 연령에 따라 임금이 감액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연령차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 범위: 이 원칙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등은 물론 근로 제공의 시기나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법정 정년 연장과 같은 근로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루어진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히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경제적 이익 고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이 일부 감액되더라도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용 기간 증가, 정부 지원금(임금피크제 지원금) 수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근로자가 이전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었다면 법원은 해당 제도를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업주의 노력과 보전책: 사업주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시간 부여, 교육훈련 비용 지원, 근로시간 단축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는 해당 제도의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