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진홀딩스를 포함한 34개 전력선 제조사들이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일진홀딩스는 해당 명령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보아 취소 청구를 기각했으나, 과징금 납부명령은 1998년의 담합 행위가 1999년의 경쟁 입찰로 인해 이후의 행위와 단절된 별개의 것으로 보았고, 이에 대한 처분시효 5년이 경과했음에도 과징금에 포함되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했습니다.
원고인 일진홀딩스를 포함한 34개 전력선 제조·판매 사업자들과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은 1998년 8월 24일부터 2008년 9월 11일까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매년 실시하는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간 물량 배분 비율을 합의하고, 배분된 물량을 다시 회사별로 재분배하며, 낙찰 예정사를 선정하고, 투찰 시나리오와 투찰가, 유찰 등을 합의하여 실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2년 5월 4일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3,736,000,000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가 아닌 부당한 공동행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 둘째, 과징금 부과 기준율 적용을 위한 담합 행위의 종료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 셋째, 1999년의 실질적인 경쟁 입찰이 그 이전의 1998년 담합 행위와 이후의 행위를 단절시킨 것으로 보아 처분시효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넷째, 과징금 산정 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5월 4일 의결한 제2012-072호 중 원고인 일진홀딩스 주식회사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원고의 나머지 청구인 시정명령 취소 요청은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50%씩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1998년의 담합 행위가 1999년의 실질적인 경쟁 입찰로 인해 이후의 합의와 단절된 별개의 공동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8년 행위에 대한 처분시효 5년이 경과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과징금 산정 시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담합 행위 자체는 인정되므로 시정명령은 적법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여러 조항과 법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조 (정의): 이 조항은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를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 일진홀딩스 등 34개 전력선 제조·판매 사업자들은 '사업자'에 해당하며,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은 '사업자단체'에 해당하여 법의 규제 대상이 됩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전력선 제조사들이 한국전력공사의 입찰에서 물량 배분, 수주 예정사 선정, 투찰가 합의 등을 통해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비록 사업자단체의 주도로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개별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이 조항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이 조항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 담합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법원은 구성 사업자인 원고에게 제19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물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처분시효, 구법 적용): 이 사건 당시 적용되던 구 공정거래법(2012년 3월 21일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4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처분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1998년의 담합 행위가 1999년의 실질적인 경쟁 입찰로 인해 이후의 담합 행위와 단절된 별개의 행위로 인정되었고, 이에 따라 1998년 행위에 대한 처분시효 5년이 이미 경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해당 기간의 관련 매출액을 포함하여 산정된 과징금 전체가 취소되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 시점 및 단일성 판단 법리: 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에 기한 모든 실행 행위가 종료한 날로 봅니다. 특히 여러 사업자 간 전체 물량 배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개별 사업자에 대한 물량 배분이 끝났다고 해서 종료된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자의 물량 배분이 모두 완료된 때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의 합의가 있었더라도 단일한 의사와 동일한 목적 아래 단절 없이 계속 실행되었다면 전체를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봅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합의 참가 사업자들 사이에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져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합의가 단절된 것으로 보아 그 이전의 행위는 별개의 공동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담합 행위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장기간 진행되었더라도, 중간에 실질적인 경쟁이 발생하여 기존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 있었다면, 그 이전의 행위는 별개의 공동행위로 인정되어 처분시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장기적인 담합으로 간주되지 않고 과징금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공동행위의 종료 시점은 단순히 계약 체결일이나 개별 사업자의 물량 배분 완료일이 아니라, 합의에 따른 전체 사업자들의 물량 배분 등 모든 실행 행위가 종료된 시점으로 판단됩니다. 이 종료 시점은 과징금 산정에 적용되는 법령이나 기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사업자단체의 주도로 이루어진 행위라 할지라도, 구성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뿐만 아니라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질 수 있습니다. 과징금 산정 시에는 불법 행위의 중대성, 기간, 관련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하지만, 위반 행위의 단절 여부나 처분시효 경과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과징금 액수나 부과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