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꽁치 조업선 조리장으로 근무하던 선원이 건강 악화로 사망하자, 유가족이 보험사에 선원법상 직무상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미 보험사와 맺었던 '부제소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직무상 사망으로 보기 어렵고 부제소합의가 유효하므로 유가족들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망인 G씨는 2018년 5월 12일부터 꽁치 조업선인 제K호에 조리장으로 승선하여 근무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10일경부터 흉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으며, 10월 20일경부터는 혈변과 심한 통증을 겪었습니다. 선장은 망인에게 귀국을 권유했으나 망인은 조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거절했습니다. 이후 10월 24일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응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10월 25일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기존에 앓던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직무상 사망'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사로부터 선원법에 따른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망인의 사망을 '직무외 사망'으로 보고, 이미 원고들과 '비업무 중 재해'를 전제로 손해배상금 141,439,000원을 지급하며 향후 어떠한 소송이나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맺은 바 있습니다. 원고들은 이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추가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망인의 사망이 선원법에서 정하는 '직무상 사망'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원고들이 피고 및 H과 체결한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선원법 제99조 제1항에서 정하는 '직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이 승선 전부터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증을 앓고 있었고, 조리장 업무의 특성상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고 당시 적절한 의료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망인이 귀국 권유를 거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사정만으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직무상 사망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부제소합의 무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미 유효하게 체결된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이 사건 소송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선원법상의 '재해보상'과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 법리가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선원법 제99조 (재해보상)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 법리: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관한 인과관계 법리가 선원법상 직무상 재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재해를 입었을 때 인정되며,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와 관련하여 악화되거나 비로소 증상이 발현된 경우에도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입증은 당해 근로자의 건강 상태, 기존 질병 유무, 업무의 성질 및 근무 환경 등 간접 사실에 의해 상당 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 발생·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점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부제소합의의 효력: 당사자 간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부제소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합의 내용이 적법하다면 해당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소송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직무상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직무외 사망'을 전제로 한 부제소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추가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원이 업무 중 사망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직무상 사망'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질병이 있었던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며, 단순히 업무 수행 중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취업 당시 건강 상태, 기존 질병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강도, 근무 환경의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유발 요인 등 구체적인 사실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막연히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질병 악화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해상 조업과 같이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경에서는 선주의 신속한 의료 조치 제공 의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선원 본인이 치료나 귀국 권유를 거절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른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보험사나 고용주와 합의할 때는 특히 '부제소합의' 조항의 내용과 의미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일단 유효한 합의가 체결되면 이후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설령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자신의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확인하고 모든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