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택시 운전기사들이 소속 택시 회사들을 상대로 최저임금 미지급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운전기사들은 노사 간 임금협정을 통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계약상 정해진 근로시간)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상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운전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택시 회사들은 운전기사들에게 정액사납금제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들은 택시 운행 수입금 중 일정액(기준운송수입금, 사납금)을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 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과 회사로부터 받는 기본급 등의 고정급을 자신의 수입으로 삼습니다. 2008년부터 노사 간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이 점차 단축되었는데, 운전기사들은 이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실제 근무 시간 변화 없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고정급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탈법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2005년 임금협정상의 더 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택시 회사와 운전기사 노동조합이 체결한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상 일반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특례 조항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2008년 이후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했습니다. 첫째, 2005년 임금협정 이후 14년간 산업화, 정보화 진행, 지역 부제 변경, 콜 서비스 및 스마트폰 앱 도입, 택시 요금 인상 등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근로시간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여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이 변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2008년 임금협정 당시 기준으로, 설사 2005년 임금협정상의 더 긴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더라도 운전기사들이 지급받은 임금(야간근로수당 및 특별상여금을 제외하고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여 산정)이 당시 최저시급을 상회하여 최저임금 미달 회피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임금협정 부칙에 기준운송수입금 인상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내용만으로는 탈법행위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넷째, 택시 운전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노사 간 서면 합의로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정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섯째,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운전기사들에게 반드시 불이익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초과운송수입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일반택시운송사업 특례 조항): 이 조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특별히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택시 운전기사의 수입 구조 특수성을 반영한 규정입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의3 (구 제5조의2, 특례 조항 적용 시행령): 위 특례 조항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지급 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을 의미합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이나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또는 근로자의 생활 보조 및 복리후생을 위해 지급하는 임금은 산입되지 않습니다. 판결에서는 야간근로수당과 특별상여금을 제외하고, 정기상여금은 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소정근로시간): '소정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이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강행법규 잠탈에 대한 법리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사용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중요한 판결입니다. 다만, 이러한 무효 사유를 주장하는 측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택시 운전근로자의 임금 체계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복잡한 부분이 많아,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이해: 일반택시 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고정급 중에서도 단체협약 등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되는 임금으로 한정되며, 생활 보조나 복리후생 목적의 임금은 제외됩니다. 자신이 받는 고정급 중 어떤 부분이 최저임금 산정 대상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효성: 노사 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단지 서류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은 변함이 없었으며, 그 의도가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기 위한 것임을 주장하는 측(통상 운전기사 측)이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산업 변화, 기술 발전, 정부 정책 변화 등이 실제 근로시간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실제 근로시간 입증의 어려움: 택시 운전근로자의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고, 운행 여부 및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운행기록장치 기록, 출퇴근 시간, 영업시간, 대기 시간 등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최대한 실제 근로시간을 추정해야 합니다.
단체협약의 중요성: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체결 과정에서의 노사 교섭 배경, 의도 등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구분: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은 그 기능과 산정 방법이 다른 별개의 개념이므로, 통상임금 요건(일률성, 고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최저임금 산입 요건(소정근로 대가성)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